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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분출되는 금융권 '디지털전략' 선언... 그런데 왜 공허할까

통신방송 17.12.29 10:12

- 금융 CEO들 잇단 구설, 뒤숭숭한 분위기..."도덕적 기준 안이" 비판

- "비대면채널 강화로 앞으로 인력감축 불가피한테 과연 영이 서겠나" 우려 


[ 디지털데일리 블로그 미디어 = 박기록기자] 

"글쎄,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조직의 수장으로서 화끈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직을 위해 필요하죠. 그런면에선 아쉽죠."

금융회사 임원을 하다 2년전 퇴임한 A씨(61)는 최근 이런 저런 구설에 오른 국내 금융권 CEO들의 모습에 우려를 표시했다. 

A씨는 "CEO 개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본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고, 조직의 문제라면 이 역시 리더로써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조직에 영이 선다는 것. 

앞으로 인공지능(AI), 비대면채널 강화 등으로 금융회사의 조직과 인력은 지속적으로 축소될 수 밖에 없는데 직원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게 A씨 주장의 요지다.

주요 금융지주회사를 비롯해 국내 금융권 CEO들은 한결같이 2018년 주요 경영전략에 '디지털 혁신'을 빼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독 올해에는 CEO 이슈가 부각되면서 디지털혁신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린다. 

실제로 올해 금융권은 그 어느해보다 다사 다난했다. 특히 CEO 이슈로 인해 갈등이 점차 잦아들면서 안정화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어 분위기가 계속 뒤숭숭한 곳도 있다. 또한 갑자기 2018년 임원인사이후 험악한 분위기로 돌변한 곳도 있다.

BNK금융그룹은 창사이래 올해 가장 큰 시련기를 보냈다. 전임 BNK금융지주 CEO인 성세환 회장의 구속으로 조직이 동요됐고, 결국 회계년도중에 BNK금융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새로 BNK금융에 취임한 김지완 회장은 최근 20여명의 외부 전문인사들로 주로 구성된‘BNK백년대계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대대적인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BNK백년대계위원회'는 투명성, 미래비즈니스, 글로벌, 디지털, 해양금융발전 등 5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지난달 20일, 검찰은 성세환(65) BNK금융지주 전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성 전회장에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하나로 규정한 '채용 비리'도 금융권 CEO의 거취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우리은행 내부 문건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채용비리 의혹을 공개하자 그때까지만해도 연임이 점쳐졌던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거센 여론의 질타를 극복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광구 행장은 그나마 조직의 수장으로써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는 점에서 조직에 미치는 후폭풍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전 금융감독원 총무국장인 이 모씨가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됐다.이 전 국장은 지난 2015년, 김용환 NH농협지주회장으로부터 '한국수출입은행 간부 아들을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채용 예정인원을 늘리고 면접 점수를 높게 부여하는 수법을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적인 책임 소재와 무관하게, 이런 상황은 김용환 NH농협지주회장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김 회장은 내년 4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농협중앙회 김병관 회장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상황이어서 농협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근 금융감독 당국 수장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접 강도높게 비판을 한 'CEO 셀프 연임'논란도 사실은 보기보다는 심각한 사안이다. 

해당 금융회사 내부의 리더십 흠결과 관련돼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관치금융'으로 비쳐줘 해당 금융회사가 이에 반발하는 모양새가 겹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CEO 셀프 연임' 논란이란 금융지주회사 CEO와 친밀한 이사회를 통해 회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결과적으로 CEO가 자신의 임기를 쉽게 늘리는 것을 두고 표출되는 이견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CEO 셀프 연임'과 관련해 당사자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KB금융 윤종규 회장,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최근 KB금융에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비롯한 5건의 행정지도적 성격을 갖는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내부 '경영승계규정'에 따라 후보자군을 육성해야함에도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한 것인데, 이같은 조치는 이례적이다. 이와함께 금감원은 KB금융측에 상시지배구조위원회의 운영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서도 CEO 승계 절차와 관련한 투명성과 공정성이 미흡하다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현재의 회장이 CEO 후보군에 포함돼 있음에도 동시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공정성을 해친다며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정태 현 회장을 추천위원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셀프 연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정태 회장은 3연임 도전이 확실시된다. 

DGB금융은 지난 26일 2018년 조직개편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후 난데없이 보복인사라는 잡음이 터져나왔다.DGB금융그룹은 이날 금융지주와 대구은행 등 임원 12명중 9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 대구은행 부행장, 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 등기임원 3명이 모두 퇴임이 결정되면서 논란의 커졌다. 

더구나 DGB금융지주 박인규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지역 시민단체들로 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박 회장도 책임을 지려면 등기 임원들과 책임을 져야하는데 자신은 배제하고, 그들만 퇴임시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한편 박인규 회장은 2018년 DGB금융 조직및 인사개편 배경과 관련“디지털 금융을 혁신하고, 성공적인 증권업 진출, 광역권 영업 기반 확대와 해외 영업망 확충 등 그룹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한 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