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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1 시그마 DP1이 끌리는 이유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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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가 DP1이라는 괴물 같은 콤팩트 디카를 내놓았다. 내가 이 녀석을 괴물이라 칭하는 이유는 DSLR의 스펙을 그대로 가져온 콤팩트 디카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0.7×13.8mm 면적을 가지는 넓은 면적의 CMOS 센서가 적용되어 있다. 이 CMOS 센서의 정체는 다름 아닌 포베온 X3다. 포베온 센서의 날카로우면서도 쨍한 사진은 이미 사진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스펙 덕에 시그마 DP1은 1/1.8인치 혹은 1/2.5인치 센서에 화소수만 높여놓은 일반 콤팩트 디카와는 확실히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다. 못 믿겠다고? 여기 가서 샘플 이미지를 보라.

DP1은 DSLR의 화질과 콤팩트 디카의 휴대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DP1 최대의 장점이자 유일한 장점이 되겠다. 시그마에, DP1에, 그리고 시그마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세기P&C에 악의(까지는 아니더라도)를 품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이 DP1은 아주 '어정쩡한' 제품이 될 수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 DSLR도, 콤팩트 디카도 아닌 이방인 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단 가격이 비싸다. 제품 가격 가지고는 어지간해선 말을 하지 않는데 이 제품은 가격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89만 9,000원. 보급형 DSLR을 하나 구입하고도 맛있는 라면을 몇 그릇이나 사먹을 수 있는 돈이다.

DSLR 스펙을 가졌다고 해서 DSLR의 편의성이 DP1에 모두 녹아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걸출한 성능의 센서가 박혀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센서를 장착하기 위해 렌즈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DP1의 고정된 화각, 운용 범위가 좁고 높은 조리개 값, 느린 저장 속도, 부족한 고감도 성능 등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다가도 멈칫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이 제품의 태생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요소를 무조건 약점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그마의 DSLR은 포베온 센서 외에는 내세울만한 게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소 과격한 평가일 수도 있으나 센서를 뺀 기계적인 스펙이나 편의성을 따지면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 RAW로 저장하고 전용 RAW 편집 프로그램인 SPP로 보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된 사진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사용법이 쉬운 것도 아니었다(물론 감성적인 측면에서 다가서자면 이러한 것들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DP1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DP1에 끌리는 이유는 역시 휴대성과 화질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카메라를 아직 써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DP1은 많이 팔릴 제품은 아니다. 제조사도, 유통사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제품에 끌리지 않는 사람도 DSLR에서 2~3가지만 포기하면 구입 의사가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2~3가지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2008/03/01 04:48 2008/03/01 0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