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업계에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Z2580, 코드명 클로버트레일+)가 ARM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보다 전력소모량은 적으면서도 성능은 높다는 뉴스였습니다.

뉴스는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가 제공했 습니다. ABI는 인텔 아톰 Z2580이 탑재된 레노버 K900 스마트폰과 넥서스10 태블릿(삼성 엑시노스 5250), 갤럭시S4 i9500(삼성 엑시노스 옥타), 갤럭시S4 i377(퀄컴 스냅드래곤 600), 아수스 넥서스7(엔비디아 테그라3)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진행하고 인텔 Z2580이 가장 낮은 전력소모량으로 가장 높은 성능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ABI리서치의 테스트 결과는 이랬습니다.

Z2580 의 평균 전류량은 0.85A(최대 1.05A)로 가장 낮았고, CPU 성능 점수는 5547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옥타의 평균 전류량은 1.38A(최대 1.71A), CPU 성능 점수는 5277점이었습니다. 퀄컴 스냅드래곤 600(APQ8064T)의 평균 전류량은 1.79A(최대 2.104A), CPU 성능 점수는 5387점을 기록했습니다. 퀄컴과 삼성의 AP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보다 전력은 많이 사용하면서도 성능은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온겁니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는 전력소모량이 높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채용을 꺼려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ARM은 ‘저전력 프로세서’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테스트 결과는 이러한 상식을 뒤집은 것이었습니다. ABI리서치도 “놀랍다”고 감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클로버트레일+를 자사 갤럭시탭3 10.1에 탑재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논쟁이 오갔습니다. ‘과연 이것이 정확한 벤치마크냐’라는 것이었죠.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ABI는 어떤 벤치마크 툴을 사용했고, 어떤 기준이 적용했는가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논쟁의 발단입니다.

분석가들은 ABI리서치가 테스트를 위해 안투투(AnTuTu)라는 모바일 벤치마크 툴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냈습니다.

짐 맥그리거라는 티리아스리서치의 설립자이자 수석연구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반도체 전문 미디어인 EETimes의 블로그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안투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짜고친 고스톱이 아니냐’는 것이죠.

그는 “안투투 2.93이 3.3 버전으로 판올림되면서 인텔 프로세서(Z2460)를 탑재한 모토로라 레이저i의 전체 성능 점수는 122%나 증가했는데, ARM 기반 삼성 엑시노스 옥타를 탑재한 갤럭시S4는 59% 증가에 그쳤다”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벤치마크 툴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인텔 프로세서용 안투투는 ICC(Intel C++ Compiler)로 컴파일 됩니다. 컴파일러는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된 소스를 컴퓨터에서 실행될 수 있는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번역기입니다. 인 텔은 자사 칩에서 프로그램이 보다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ICC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ICC로 컴파일된 프로그램은 인텔 칩에서 더 ‘잘’ 작동하겠죠. ARM 프로세서용 안투투는 공개 GCC(GNU Compiler Collection)로 컴파일됩니다.

같은 날 기술 컨설팅 업체인 버클리디자인테크놀로지(BDTI)는 벤치마크 툴인 안투투의 문제점을 지적합 니다. BDTI는 안투투로 테스트를 진행하면 ARM 기반 삼성전자 엑시노스 옥타는 벤치마크 소스 코드에 명시된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반면, 인텔 아톰 프로세서는 몇 가지 단계를 건너뛴다고 밝혔습니다. 소스 코드를 분석해 불필요한 코드를 삭제하는 컴파일러의 최적화 능력은 실제 응용 프로그램 개발 시 유용하지만 1대 1로 프로세서를 비교하는 순수 벤치마크에선 ‘반칙과도 같다’라는 것이 BDTI의 주장입니다.

이날 저녁 안투투는 수정 버전인 3.32 버전을 구글 플레이에 올려놓습니다. 개발사는 “점수 안정성을 높였다”라고만 설명했습니다. 12일 짐 맥그리거 연구원은 새 버전의 안투투를 돌려본 결과 삼성 엑시노스 옥타와 퀄컴 스냅드래곤 600의 점수는 과거 버전의 테스트 결과와 비교해 변함이 없었지만 인텔 아톰 Z2580 프로세서의 전체 점수는 20% 하락했다는 내용을 게재합니다.

그는 엑시노스 옥타보다 아톰 Z2580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표도 올려놨습니다. 안투투 3.32 버전이 내부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맥그리거는 이렇게 결과치가 달라지도록 앱이 수정된 것은 개발사들이 ‘잘못’(인텔 프로세서에 유리한 어떤 환경 조성)을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는 얼마만큼의 전력으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내는가가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ABI리서치도 전력당 성능을 부각시켰습니다.

엘 레지 ABI리서치 대변인은 영국 온라인 IT매체 더레지스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력당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맥그리거)는 핵심을 잘못 짚었다”라며 “단순 성능 벤치마크는 너무나 쉽다”라고 말했습니다.

뭔가 대단한 방법으로 전류량을 측정했나본데, 이 역시 구체적 기준과 측정 방법을 밝히지 않는다면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벤치마크 결과과 절대적 성능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니 참고만 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번 논쟁으로 독자 컴파일러를 보유한 인텔의 기술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아이러니입니다. ARM은 왜 독자적인 컴파일러를 못 만드냐는 것이죠.

논쟁이 이뤄진다는 건 모바일 분야에서 인텔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ARM 생태계에 속해있는 대부분의 AP 개발사들이 이런 생각을 할겁니다. ARM은 물론이고, 직접적으로는 모바일 AP 1위 업체인 퀄컴이 정말 긴장해야할 상황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2013/07/17 10:32 2013/07/17 10:32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이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AP와 2G 3G 4G 통신칩(베이스밴드, BB)을 하나로 합친 통합칩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이 통합돼 있으면 제품 설계가 보다 용이하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통합칩을 선호한다. 삼성전자의 독자 모바일AP인 엑시노스 라인업에는 이러한 통합칩이 없다. 현재 삼성전자의 AP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대부분 가져다 쓰고 있는데, 외연 확대를 위해서는 통합칩 개발이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단행한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시스템LSI 사업부에 M&C(Modem & Connecivity)사업팀을 새로 만들었다. 이 사업팀은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을 맡았던 황승호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사업팀 이름과 사업팀장의 약력, 그리고 통합칩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근 시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도 통합칩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추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관련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LTE 통신칩은 상용화에 성공했고, 영국 CSR의 모바일 부문 인수로 무선랜, 블루투스, GPS 기술 및 특허도 확보해 둔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통합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가 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우선 통신칩 기술은 시스템LSI 사업부의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의 것이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합친 통합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선사업부로부터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LSI 사업부가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지 않는다면 통합칩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선사업부의 신종균 사장이 이를 순순히 내줄 지는 미지수다. 갤럭시 카메라의 사례에서 보듯 무선사업부는 IT 제품의 ‘통신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턴 노트북 사업도 무선사업부가 관장한다. 갤럭시 카메라에 통신 기능을 심고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듯 노트북도 그러한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상황이 이런데 무선사업부가 통신칩 사업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넘겨줄 수 있을까.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LTE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는다고 하더라도 통합칩에 2G, 3G 하위 호환성을 확보하고 이를 해외에 내다팔기 위해서는 퀄컴과의 계약 내용도 뜯어고쳐야 한다. 퀄컴과 삼성전자가 맺은 통신 특허 계약에는 “자사(삼성전자) 제품에 사용하는 이외의 목적으로 퀄컴 특허를 사용한 모뎀칩을 개발하거나 외주 생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문항이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대만 미디어텍과의 통신 특허 계약에선 이례적으로 이러한 문항을 없앴다. 대신 미디어텍이 언제, 어디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공급했는지 등 공급망 정보를 모두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던 퀄컴이 해당 지역의 복잡한 공급망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디어텍과 이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특허를 내주고 영업 정보 같은 것을 통째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텍은 대부분의 중국 휴대폰 업체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통신 특허를 득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파는 대신 무엇을 내줄 수 있을까.

2012/12/26 09:19 2012/12/26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