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생산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나와 만나 BJ쿠가 CEO로 와서 살맛이 난다고 했다. 전임 CEO는 마케팅만 챙기고 생산 및 제조는 등한시했었는데 BJ쿠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LG전자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유상증자로 끌어모은 자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세부내역을 공개한 걸 보고선 불현듯 그의 발언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휴대폰 사업 경쟁력 강화에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나는 LG전자가 생산기술원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발표에 관심이 갔다.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LG전자고 삼성전자다. 본업을 버리면 제조업체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니게 된다. 제조업 하던 업체가 제조업을 버리고 소프트웨어와 마케팅으로 이를 본업으로 삼는 기업과 싸워 이길 것이란 생각은 허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BJ쿠는 LG전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일관된 정책으로 이끌고 있다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항공모함은 돛단배처럼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없다 했는데, 어쩌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항공모함을 돛단배처럼 모는 일일 것이다. LG전자가 지금의 팬택 마냥 스마트폰을 냈다면 실적 개선은 더 빨라졌을 지도 모른다.

권희원 부사장은 고려대 강연에서 "시장이 형성된 이후 뒤따라 들어가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효율적인 경영 전략"이라 했는데 지금 LG전자를 제대로 표현했다. 머뭇거리다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내 기술은 초라하고 남의 기술은 뭔가 있는 것처럼 보는 콤플렉스는 버릴 때가 됐다.

정말 독해졌는지 뒤돌아볼 시기도 됐다. 삼성전자의 인사 정책을 보면 진정한 독함이란 무엇인 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출신 LG전자 직원들과 만나며 조직이 사람을 바꾼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사람이다. 본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2011/11/22 23:52 2011/11/22 23:52
“삼성 · 애플 특허소송비용 내년까지만 무려 2억달러”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국내 업계의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년까지 애플과의 특허 소송 비용이 2000억원을 웃돌 것이고 휴대폰 사업 수익은 애플의 반도 안 된다고 엄살을 피웠는데 최 부회장 특유의 근성이 느껴진다. 애플은 소리없이 무너질 지언정 이런 식으로 약한 발언은 하지 않는다. 한 해 매출이 우리 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가 이런 엄살 발언을 한 데에는 자리가 자리였던 이유가 컸을 것이다.

애플과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점하게 된 삼성전자이고 애플의 혁신은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애플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전략 구사의 다양성과 스피드를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3인치대부터 4인치 5인치 7인치 8인치 10인치대 소형 중형 화면의 디바이스로 재빠르게 후려치고 날리면 제 아무리 혁신 선도 업체라 하더라도 정신이 혼미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갤럭시 노트의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가 먼저 치고 나온 제품이기 때문이다. 얼마 안 있어 와콤 솔루션을 탑재한 옵티머스 노트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형 디바이스인 삼성 PC는 한 자릿수 중반인 업계 평균 성장률을 훌쩍 뛰어넘는 20~30%의 초고성장을 구가하는 중이다. TV는 2위 업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등 백단 인프라가 다소 모자라고 기기를 하나로 묶는 UX가 촌스럽고 불편하긴 하나 어쩌면 N스크린 시대의 일류 업체로 남을 기업은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하지 않나 싶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소니가 유일한 경쟁자였다 싶었는데 이제 삼성전자는 소니를 쳐다보지 않는다.

모바일AP와 모바일D램, 모바일 AMOLED, 멀티칩패키지(MCP), 모바일 카메라 모듈 등 다양한 하드웨어 부품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다.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퀄컴 스냅드래곤 대신 삼성 엑시노스 탑재를 바라는 갤럭시 노트 대기 수요자가 많다고 하니 이 역시 삼성전자의 강점이랄 수 있다. 엄살을 피웠지만 엄살은 엄살이 아닌 것이다.

남들 하드웨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때 오히려 하드웨어를 더 강화했고, 소프트웨어 분야도 나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이제 페이스를 확실하게 찾았다는 생각이다.

애플의 혁신은 쉽게 따라하기 힘들지만 흉내내기는 가능하다. 흉내내기로 시작했지만 너무 제대로 흉내내는 것이 무서워 딴지를 걸고 있는 애플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은 따라하기는 커녕 흉내내기조차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향후 몇 년간은 고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최 부회장의 이런 달콤한 엄살에 팀 쿡이 취해 쓰러질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숨기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을 것인 지도 모르겠다. 최 부회장 시대에 고성장세를 구가하는 삼성전자다. 어쩌면 지금 사장급 인사들이 대표직에 오르는 일 없이 곧바로 이재용 체제로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2011/11/22 01:23 2011/11/22 01:23
삼성 김밥집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수백 군데의 포장마차에 도매로 김밥을 공급한다. 이 집의 도매 김밥은 적당한 가격에 맛이 괜찮고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배달됐기 때문에 포장마차 주인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다.

삼성 김밥집은 날이 갈수록 번창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김밥 도매 집을 지역별로 거느리게 됐다. 삼성 김밥집이 이처럼 번창할 수 있었던 건 이 집의 오너 사장인 이 아무개씨의 카리스마와 매니저인 윤, 최 아무개씨의 똑똑함이 밑바탕이 됐다.

삼성 김밥집이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김밥이 몇 개나 팔릴 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사업 개시 첫날 100개의 김밥을 말아놨지만 팔려나간 건 고작 10개에 불과했다. 김밥을 만드는 아주머니들은 “남은 김밥을 랩에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내일 팔자”고 제안했지만 전임 매니저인 윤 아무개씨는 “상할 수 있고, 그러면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며 남은 김밥 90개를 쓰레기통에 밀어 넣었다.

아주머니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힘들게 말아놓은 김밥을 왜 버리느냐고 한 아주머니가 윤 매니저의 멱살을 잡고 대들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오너 사장인 이 아무개씨는 대든 아주머니를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 그랬더니 이후부터 윤 매니저에게 대드는 사람은 없었다. 시키면 시킨 대로 말도 잘 듣게 됐다.

삼성 김밥집은 다음날 10개의 김밥을 말아 놨다. 그런데 주문이 몰렸다. 알고 보니 이 날 야구 경기가 있었다. 윤 매니저는 김밥을 더 말라고 지시했지만 단무지가 모자랐다. 단무지를 대 주는 협성상회에 급히 연락을 취했지만 다른 도매 김밥집이 모두 휩쓸고 간 뒤였다. 윤 매니저는 어제 남은 김밥을 버리면서 손해를 봤고, 오늘 더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편으로는 정확한 수요 예측과 재료를 대 주는 상인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윤 매니저는 이날 이후로 포장마차 주인들과 매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들에게 매일 김밥이 몇 개나 팔리는 지 들으니 얼추 예측이 가능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바쁘다며 전화를 그냥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삼성 김밥집은 어디까지나 을의 입장이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김밥 가격을 개당 50원씩 깎아주고 판매 정보를 얻었다.

수요 예측이 어느 정도 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김밥이 남거나 없어서 팔지 못하는 경우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딱 맞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재료 상인들은 삼성 김밥집이 비교적 정확한 수요 예측 능력을 기반으로 하루 전날 단무지와 오이 등을 주문하니 농가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데 수월함을 느꼈다. 일부 상인은 삼성 김밥집에만 재료를 공급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최 아무개 매니저는 전임인 윤 아무개 매니저가 깔아놓은 김밥 장사의 공급망관리(SCM) 기반을 더욱 확고하게 닦았다. 삼성 김밥집은 전날 새벽 1시부터 오전 5시까지 김밥을 말고 전국 각지로 운송했는데, 포장마차 외 분식집에서도 김밥 공급 요청이 들어오자 24시간 김밥을 만드는 체제로 사업 운영 방법을 변경했다. 김밥 종류도 김치김밥, 참치김밥, 소고기 김밥 등 매우 다양해졌다. 삼성 김밥의 맛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사업의 복잡성은 더욱 커졌다.

삼성 김밥집은 김밥 종류별로 책임자를 두게 됐다. 각 책임자 밑에는 김밥을 판매하고(영업), 광고하고(마케팅), 만들고(생산), 재료를 사 오고(구매), 전국 각지로 운송하는 사원들이 배치됐다.

최 아무개 매니저의 지시로 각 책임자 이하 사원들은 매 시간 50분마다 판매생산계획(S&OP Sales & Operation Planning) 회의를 열었다. 과거에는 이 같은 회의를 하루 한 번 했지만 이제는 매 시간 회의가 열린다. 포장마차와 접촉하는 판매 사원이 시간대별 김밥 판매량을 고려해 수요를 말하면 다른 사원들이 재료를 주문하고 김밥을 만다. 이렇게 만들어진 김밥은 전국으로 운송된다.

수요 예측력은 더 정확해졌다. 주요 거점에 위치한 포장마차와 분식집이 분 단위의 김밥 판매량을 삼성 김밥집에 보내줬기 때문이다. 삼성 김밥집은 이들에게 500원인 김밥 가격에서 100원이나 깎아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최 매니저의 PC에는 매 시간 전국 각지의 김밥 판매량이 그래프로 뜨도록 되어 있다. 최 매니저는 그러나 매 시간 회의에서 확립된 김밥 만들기 개수는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정확한 수요에 맞춰 계획대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함이었다.

최 매니저는 매 시간 판매 생산계획을 세울 때 1시간 전 회의에서 도출된 계획이 제대로 지켜졌는 지 꼭 확인했다. 재료는 제대로 사왔는지, 김밥은 제대로 말았는지, 운송 시간은 정확히 지켜졌는 지 점검했다. 계획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원인을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해나갔다. 얼마 전 계획보다 두 배로 더 팔고 온 영업사원을 크게 꾸짖은 삼성 김밥집의 사례는 김밥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대 경쟁자인 LG 김밥집도 삼성의 이러한 SCM 능력을 벤치마킹하고 배우기로 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간 권 아무개 총무 책임자가 이를 적극 독려했다. 그러나 쉽지가 않았다. 판매 생산 회의를 할 때면 재료를 늦게 가져왔네, 김밥 수요를 잘못 예측했네, 시간 내 제대로 만들지 못했네 등 서로 잘못을 미루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김밥 판매자가 10개를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김밥 마는 이는 시간 내 8개 밖에 못만들었다. 그랬더니 다음번에는 수요가 10개인데도 12개를 만들어달라고 했고, 이번에는 12개를 제 시간에 만들어주자 남은 2개를 팔지 못하는 식이었다.

LG 김밥집은 삼성 김밥집이 도입한 PC와 전화기 등 다양한 장비를 구입하느라 돈을 많이 썼지만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버린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삼성 김밥집의 한 사원은 “SCM의 성공은 기업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원들의 기를 찍어누를 수 있는 사장의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LG 김밥집은 오너 사장이 와서 SCM 분야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이 무렵 도매 깁밥집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삼성 김밥집은 경쟁으로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론 웃었다. 김밥의 필수 재료인 김과 밥을 이들 도매 김밥집에 공급하는 것 또한 삼성 김밥집의 주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오너 사장이 거금을 들여 마련한 최고급 압력 밥솥 수십대와 해남 앞바다의 김 수확지를 선점해놓은 것이 주효했다.

애플 김밥집이 혜성같이 나타난 것도 이 때 쯤이다. 애플 김밥집은 얼마 전 누드김밥을 처음으로 개발해 포장마차 주인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누드김밥을 찾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만 갔다. 급기야 애플 김밥집은 혁신적인 삼각김밥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삼각김밥의 독특한 모양새는 둘째치더라도 맛이 너무 좋아 금새 입소문을 탔다. 가격도 400원으로 경쟁 김밥 대비 20% 저렴하다. 삼각김밥 예찬론자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애플 김밥집은 삼성으로부터 김과 밥을 사가는 큰손이 됐고 삼성 김밥집은 사각 김밥을 만들어 대응했지만 위기감이 높다

ARM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SCM 평가 순위는 삼성이 7위다. 애플은 1위. 삼성 김밥집이 관리의 혁신으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순위에 들었다면, 애플은 상품의 혁신으로 SCM 평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도매 김밥집은 애플 김밥집이 가격을 후려친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SCM 측면에서 애플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분명한 경쟁력이다. 결국은 관리보다 김밥의 맛이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애플 김밥집의 맛에 삼성의 관리가 덧붙여지면 어떨까. 삼성 김밥집의 행보가 주목된다.

2011/05/18 16:27 2011/05/18 16:27

내가 크롬북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건 윈도가 아니라는 점과 클라우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불공평하다 말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윈도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을 뒤집으려는 구글의 노력과 도전성은 국내 업체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레 겁먹어 뒷걸음질 치고, 남이 쌓아올린 사업 성과에 불공정이니 뭐니 딴지 거는 네이버, 다음은 내수 시장에 만족하는 우물안 개구리 소인배 기생충으로 남으라.

클라우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구글 뿐 아니라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다. 구글이 죽으면 내 개인 PC를 쓸 수 없다는 불안감이 이 제품의 구입을 꺼리게 만든다. 기업 사용자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클라우드 업체들은 이제 홍보 마케팅 포인트를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이 아니라 신뢰성에 맞춰야 한다.

2011/05/15 14:45 2011/05/15 14:45
엘피다가 25나노 공정의 D램을 7월부터 양산한다는 소식에 삼성전자는 “제대로 양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대응은 그간 엘피다의 행보를 고려하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업계도 증권가도 엘피다의 발표 내용이 자금 조달을 위해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다르다. 인텔과 엘피다를 같은 수준으로 보면 곤란하다. 기업 규모나 제품 혁신 수준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인텔이 입체 설계 기술(3D 트라이게이트)을 활용해 22나노 공정의 프로세서를 하반기부터 양산하겠다고 발표하자 삼성전자는 “두고 봐야 안다”며 엘피다 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반도체 입체 설계 기술은 삼성전자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대응했다.

PC 사업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인텔의 기술 로드맵 발표를 놓고 “두고 봐야 안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은 난센스다. LG전자를 상대로 기술을 말로 때운다고 비난했던 삼성전자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 인텔의 양산 경쟁력은 삼성전자보다 2년은 앞서있다. 삼성전자는 이제 막 32나노 공정으로 양산을 하고 있는데 인텔은 22나노로 한 세대를 앞서가고 있다. 소재 혁신으로 따져 봐도 인텔은 지난 2007년 45나노 공정에서 하이K 메탈게이트라는 신소재를 절연체로 사용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에서야 모바일AP에 이를 처음 적용했다.

인텔은 계획을 밝히고 이 계획대로 개발을 이뤄내고 있다. 2002년 3D 트라이게이트 기술 이론을 발표할 당시 인텔은 22나노에선 이 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10년 앞을 내다봤던 것이다. 인텔은 이번 3D 트라이게이트 기술 이론을 통해 2013년 14나노 2015년 10나노의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는 중기 로드맵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계획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은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 있다던 메모리 분야에서 황의 법칙을 폐기했고 이후로는 공정 로드맵을 밝히지 않는 삼성전자다. 상대를 정확하게 봐야 공식 반응도 정확하게 나온다.
2011/05/06 17:01 2011/05/06 17:01
애플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이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에 현지시각으로 15일 소장이 접수됐고 19일 외신을 타고 국내 언론에도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소장 접수 사실을 통보받은 삼성전자는 맞소송이라는 강력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온갖 조롱을 참아냈던 삼성전자의 이 같은 강력 대응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가 LG전자 마냥 애플을 깔 수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지난해 6조1600억원치의 반도체와 LCD를 애플이 구매해갔다. 남는 것 없는 장사라도 이 정도의 매출 볼륨이라면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참고 또 참아야 한다. TV는 기술도 판매도 삼성전자가 1등이지만 스마트폰은 상황이 다르다. 끓어오르는 화를 식히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슬금슬금 부품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완제품 경쟁력을 키워야 했던 삼성전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맞소송 외 삼성전자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가 않다. 나는 인정해도 대외적으로는 인정하기 싫은 것들이 있다. 조롱은 참아주지만 법적 공방으로 비화되면 삼성전자는 맞소송으로 방어할 수 밖에 없고 더 이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도 힘들어진다.

사업부 독립채산제라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삼성전자다. 구매와 마케팅 채널이 다르지만 역시 하나의 애플이다. 갑을 관계에 있어 을이 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부품 공급에 관한 애플의 속내가 일부 드러났는데 삼성전자와 거래가 완전히 끊어지면 애플도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단기적으로는 큰 손해를 입는다.

완전한 갑도, 완전한 을도 아닌 것이 지금의 삼성전자와 애플의 관계다. 공생하고 경쟁하는 재미있는 관계다. 서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사이인데 결정적으로 삼성전자는 애플을 알고 애플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삼성전자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대만 혼하이가 TV를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갖췄고, 콘텐츠 유통 체계를 확립한 애플이 왜 LCD TV는 만들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삼성전자와의 관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삼성전자도 HP와 델을 의식해 북미 지역에서 PC를 제대로 팔 수 없었던 과거 사례가 있다. 득보다 실이 크면 삼성전자도 수세에서 공세로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오라클도 자사 서버 팔겠다고 HP를 겨냥해 DB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나.

애플이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고 다음 주 출시될 갤럭시S 2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CEO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초 그려놨던 로드맵보다 빨리 빅 스크린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면 삼성전자를 싸움판으로 끌어들여 속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삼성과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기란 애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싸움에서 애플의 하드웨어 경쟁력 저하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완제품 사업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삼성전자 내부에는 내심 애플의 이 같은 도발 행위를 기다렸던 이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2011/04/20 08:52 2011/04/20 08:52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잠정치를 집계해보니 영업이익이 2조9000억원 나왔다고 한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34.2%나 하락한 것이다. 부진하다고 아우성이다. 대단히 높은 기대치가 반영되어 있으니 그리 따진다면 부진한 것이 맞다. 물가는 오르고 직원들 월급도 올려줘야 하는 데 뒷걸음질 친다는 관점으로 보자면 좀 더 잘하라고 채찍질을 할 만 하다.

그러나 재작년 경기 침체가 연말께 풀리면서 작년 1분기 경기가 기형적으로 활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1분기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또 그리 부진한 실적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IFRS 적용으로 정확한 비교가 힘드나 역대 1분기 영업이익 수치를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이번 분기 실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LCD 부문의 적자가 아프지만 경쟁 업체의 실적을 들춰보고 정확한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을 놓고 어닝쇼크라고 표현한 곳도 있던데 언제 써야할 단어인 지 알고 썼는 지 모르겠다.
2011/04/07 13:31 2011/04/07 13:31
플랫폼을 갖고 콘텐츠를 유통하는 이들이 헤게모니를 쥐는 세상이다.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한 이들은 불만이다. 거액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해놔도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과 지배력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17일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통해 ‘3D VOD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쟁사와의 3D 기술 논쟁이 워낙 크게 부각된 탓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 같은 발표는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다.

서비스 주체가 삼성전자라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D 콘텐츠를 직접 확보하고 이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무료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3월부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약 50개의 3D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HD 급 품질의 VOD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데이터 트래픽은 현재보다 4배나 늘어난다고 한다. 삼성전자 스마트TV의 보급이 활성화되고 VOD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 다량의 추가 트래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스마트TV로 망을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정부에 기대 삼성전자에 비용을 부담하라며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논의가 오갔다. 서비스 주체로 나선 삼성전자라면 이를 피해갈 명분은 딱히 없어 보인다. 비용을 분담하거나 뭔가 다른 것을 내놔야 한다.

IPTV 와의 형평성 논란도 생길 수 있다. 회선의 품질 보장 측면에서 차이가 있긴 하나 가입 절차와 별도 셋톱박스가 필요 없는 스마트TV의 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규제를 받는 IPTV 업체들은 또 정부는 가만있을까.

향후 일어날지 모르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삼성전자가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 지 주목된다.
2011/02/18 10:08 2011/02/18 10:08

인텔 쿠커포인트 칩에서 발견된 일부 기능 결함으로 전 세계 PC 업계가 시끄럽다. 인텔의 대응은 기민하다. 결함을 이미 수정했고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달 말이 아닌, 중순부터 출하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출하량 궤도에 오르는 시점이 4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PC 제조업체는 한 달 가량의 공백기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 주판알을 신중하게 튕겨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PC 제조업체가 샌디브릿지의 공백을 채우려고 네할렘 아키텍처의 구 버전 프로세서 제품을 늘린다면 이는 악성 재고로 남을 공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번 결함건으로 D램 가격의 반등에도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나는 남고 너는 적자 보라는 식의 골든 프라이스 전략을 취하는 삼성전자라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엘피다 등 후발 D램 업체들은 곡소리를 내야 할 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함이 수정되지 않은 칩을 그대로 노트북에 장착해서 판매하겠다는 업체도 있는 것 같다. 인텔은 이런 업체에게는 칩을 계속 공급하겠다고 했다. 노트북은 하드디스크 1개에 더 달아봤자 광디스크드라이브 추가 정도이니 문제가 없다는 6Gbps 대역폭의 SATA 0, 1 포트만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고객의 감성적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같은 수를 두는 업체가 있을 것은 보면서 인텔은 역시 인텔이고 AMD는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결함건은 인텔 역사상 최대 비용을 치르게 될 사건이다.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호재가 왔음에도 과실을 따먹지 못하는 AMD다. AMD 경영진은 샌디브릿지에 대항할 불도저 플랫폼의 정식 발표 시기를 두 분기 이상 앞당기지 못한 것에 대해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돈은 역시 준비된 자에게만 굴러 들어온다.

이번 사건으로 샌디브릿지가 부각되면서 코드명 안쓰겠다고 왕창 쏟아부은 코어 시리즈의 브랜드 광고비도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서드파티 업체의 사우스브릿지 칩 생산을 불허하는 인텔의 전략도 리스크를 드러냈다. 다만 그간의 실적을 고려하면 장단점을 모두 겪은 셈이니 앞으로 인텔이 어떠한 대비책을 세울 지 관심이 간다. 아무튼 나는 PC 구입 시기를 4월 이후로 미뤘다.

2011/02/09 09:50 2011/02/09 09:50

인텔이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도 후원한다. 인기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것은 인텔로써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텔의 광고는, 기껏해야 우주인 복장을 한 이들이 추상적으로 그들의 기술을 설명했던 것이 다였었다. 그 속에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났었다.

올해부터는 소녀시대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대중들에게 인텔의 프로세서를 알리게 됐다. 비주얼이 되고 스마트한 이미지가 있는 소녀시대는 인텔이 올해 발표한 2세대 코어 i 프로세서 시리즈(샌디브릿지)의 특징과 걸맞으며 이를 알리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이다. 더불어 인텔을 몰랐던 이들은 소녀시대를 통해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선 반도체 기업이라는 걸 인지할 수도 있다.

프로게이머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은 PC 프로세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인텔의 시각이다. 재정 불안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과거 AMD도 국내에서 프로게이머인 기욤 패트릭을 활용해 대단한 광고 효과를 봤었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회사 측은 '대소비자 마케팅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텔 만큼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B2B 기업이 있나 싶다. 기술 기업임을 강조해왔던 인텔이었기에 소녀시대를 아시아 지역의 광고 모델로 기용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반대 의견도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PC는 매년 전 세계 시장에 3억대 이상이 보급되고, 연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건강한 시장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PC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사람을 연구하는 인텔이지만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 반대에도 인텔로써는 새로운 형태의 대(對) 소비자 마케팅 프로그램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한류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복합적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소녀시대와 임요환이 아시아, 그리고 한국 지역에서 인텔의 기술과 PC에 대한 관심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고객과 접점을 가진 인텔코리아의 위상이 지역 법인 가운데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텔 칩을 쓴 TV와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다면 인텔코리아의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다.

2011/01/13 15:51 2011/01/13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