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5나노 임베디드 플래시(e플래시) 로직 공정을 개발하고 해당 공정에서 스마트카드 IC 테스트칩을 뽑아냈다고 15일 발표했다. e플래시 로직 공정은 시스템 반도체와 플래시 메모리를 하나의 칩(다이)에 동시 집적하는 기술로 이미 일본과 미국, 유럽 반도체 업체들이 도입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80나노 e플래시 로직 공정으로 스마트카드IC를 생산하고 있다.

로직칩에 플래시 메모리를 동시 집적하는 이유는 설계의 편리함 때문이다. 과거 출시된 MCU는 한 번 쓰면 지울 수 없는 OTP(One Time Programmable) 방식이었다. OTP 방식 MCU는 저장장치로 EEPROM(Electrically Erasable Programmable Read Only Memory)을 사용했으며 이 속에 MCU가 어떻게 동작해야할 지를 정의했다. OTP 방식은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면 MCU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플래시 메모리가 들어가면 MCU 구동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지웠다 쓸 수 있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MCU의 경우 안전 때문에(누군가 해킹으로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면 위험하다) 지웠다 쓸 수 있는 플래시 방식이 선호되진 않았지만 최근에는 보안 기능이 강화돼 탑재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회로 선폭을 45나노로 줄였다는 것이다. 이는 업계 최초 사례다. 현 시점에서 가장 진화한 e플래시 로직 공정은 ST마이크로, 프리스케일의 55나노 공정이다. 이들은 해당 공정으로 차량용 MCU를 생산하고 있다. 파운드리 2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는 독일 인피니언과 협력을 통해 2015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40나노 e플래시 로직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인피니언은 GF의 40나노 e플래시 로직 공정이 완성되면 여기서 차량용 MCU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45나노 e플래시 로직 공정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스마트카드IC 사업 분야의 이익 확대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이번에 개발한 45나노 e플래시 공정으로 스마트카드IC 칩을 우선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카드IC 칩 시장 출하량 점유율 세계 1위 업체지만 매출액에선 독일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에 뒤져있다. 시장조사업체 IMS리서치에 따르면 2011년 삼성전자의 스마트카드IC 시장 매출액 점유율은 21.4%로 인피니언(24.8%), NXP(23.5%)에 이은 업계 3위다. 삼성전자가 40.3%라는 압도적 수량 점유율(인피니언은 22.4%, NXP는 13.1%)을 갖고 있는데 반해 매출액 점유율이 3위에 그친 이유는 그 만큼 저가 제품을 많이 팔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2011년 스마트카드IC 총 출하량은 75억개, 총 매출액 규모는 22억달러다).

스마트카드IC는 메모리나 일반 로직칩이나 메모리와는 달리 공정 미세화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다. 소모 전력과 내부 플래시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읽어오는 시간을 줄였다고 하더라도, 현재 쓰이는 80나노대 공정 제품도 충분히 빠르기 때문이다. 스마트카드IC의 공정을 80나노에서 45나노로 줄였다는 건 공급 측면에서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카드IC 제품이 국제 공통 평가기준인 CC(Common Criteria) 보안 인증에서 최고 등급인 ‘EAL7(Evaluation Assurance Level)’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카드IC가 돈이 오가는 신용카드나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전자여권 등에 주로 탑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보안 인증 획득이 값을 올려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번 공정 개발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파운드리 고객군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나 인피니언 등 종합반도체기업(IDM)들은 고정비 축소를 위해 공장 증설을 자제하고 있다. 인피니언이 GF와 40나노 e플래시 로직 공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을 맡기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이러한 ‘팹라이트’ 전략의 일환이다. 시황도 좋지 않은데 수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기보단 외주 생산을 맡기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팹라이트 경향은 시간이 갈 수록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이날 발표에서 “45나노 임베디드 플래시 공정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가전과 차량용 MCU 제품 분야의 파운드리 고객에게도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TI 등 주류 MCU 업체들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영업을 펼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2013/05/16 17:06 2013/05/16 17:06

인텔과 AMD가 지난 4년간 이어온 반독점 관련 법정 공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각)인텔이 AMD에게 12억5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했고, AMD는 미국과 일본에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는 양사의 공동 성명이 있었습니다.

AMD가 당장 얻은 것은 우리 돈 1조4000억원에 해당하는 현금입니다. 인텔에게는 한 분기 영업이익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인텔은 지난 3분기 26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답니다)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AMD 입장에선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적잖은 돈입니다.

AMD가 얻은 건 또 있습니다. 바로 인텔의 x86 라이선스죠. 현금보다 값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AMD는 올해 초 적자폭을 줄이는 등 체질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회사를 둘로 쪼갰습니다. 칩 설계 부문은 그대로 남겨두고 아랍계 펀드회사 무바달라와 함께 반도체 생산공장인 글로벌 파운드리 컴퍼니를 설립했었죠.

반도체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면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분기당 8~10억(AMD의 경우)달러의 상당한 운영비용이 부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AMD 입장에선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떼어내는 작업이 꼭 필요했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3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AMD지만 공장을 보유했던 2008년도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인텔은 AMD에서 분사한 글로벌 파운드리 컴퍼니가 AMD만의 자회사가 아니란 점, AMD 뿐 아니라 IBM 등 타사의 칩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자사가 가진 x86 프로세서 특허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쪼개놨더니 인텔이 딴지를 건 셈이죠.

x86 아키텍처는 PC용 프로세서의 근간을 이루는 인텔의 특허입니다. 인텔은 지난 1982년부터 AMD와 라이선스 협약을 맺어오고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분쟁이 있긴 했으나 AMD는 “인텔이 독점을 하려한다”는 주장으로 현재까지 해당 특허를 사용해왔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파운드리가 쪼개져 나오면서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AMD 입장에서도 골치가 아팠을 겁니다. 이번 양사의 합의에는 이러한 x86 특허 사용권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 뿐 아니라 다른 반도체 공장에서도 x86 기반 프로세서를 마음껏 제조할 수 있도록 인텔과 합의를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텔이 지금까지 행해왔던 일련의 비즈니스 실행 규정을 준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입니다. 다소 뭉뚱그려서 발표가 났지만 판매 관련 리베이트 제공 건을 포함해 AMD가 그간 주장했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AMD 입장에선 이 점을 가장 반기는 분위기입니다만 인텔은 이후 이와 관련한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됐건 위 발표처럼 인텔이 지금까지 행해왔던 일련의 비즈니스 규정을 준수한다고 하더라도 AMD는 갈 길이 멉니다. 인텔과의 공정 차이와 기술 격차가 현재 많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요 PC 제조업체가 AMD의 발표처럼 ‘자율적’으로 칩셋을 고른다손 치더라도 현재 상태로는 경쟁력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인텔과 AMD는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30배나 차이가 납니다. 다윗(AMD)과 골리앗(인텔)의 싸움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사실 경쟁자라고 부르기도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AMD의 존재는 시가총액 그 이상입니다. 경쟁은 선택 폭을 넓혀주고 가격 하락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0년 인텔보다 앞서 1GHz의 벽을 깬 AMD의 도전 정신을 다시 한 번 꽃피우길 기대합니다.

2009/11/16 11:46 2009/11/16 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