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에 해당되는 글 2

  1. 2008/08/15 콘텐츠 과소비 시대 (4)
  2. 2008/04/21 웹하드 합법화, 기왕 할꺼라면 (4)

지난주 일요일 6편의 영화를 봤다. 뒤늦게 영화에 재미를 붙인 이유도 있지만 실상 할 일이 없으니 집에서 하는 거라곤 영화 다운로드 받아보는 게 전부랄까. 극장 가서 6편의 영화를 봤다고 하면 나를 미치광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불법 다운로드'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랑 비슷하네"하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몇 년전에 봤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이틀에 나눠 다시 다 봤다. 완전 콘텐츠 과소비다. 생각해보니 음악도 그렇다. '몇 월 몇주차 신곡 TOP 100' 폴더를 통째로 다운 받아 CD로 굽고 차에서 듣는다. 매주 받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씩만 받아도 겹치는 노래가 있다. 그냥 받는거다. 예전꺼는 지우고. 나중에 다시 받으면 되니까.

콘텐츠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과소비'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들이는 돈은 많지 않다. 영화 한편 받는데 몇 백원 수준이니까. 만원씩 충전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주말에 맥주 몇 캔 따면서 못 본 영화 PC로 보는 게 요즘 내 낙이다.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게 무슨 자랑이냐"며 손가락 질 할 수 있지만 욕먹으려고 쓰는 글은 아니니 양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값 싸게' 영화를 받아볼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비업로더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영화인협의회가 국내 대형 웹하드업체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재 중지 가처분 신청에 법원이 “파일을 공유하는 웹 하드업체가 영화 불법 파일 공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검색하면 다 나오던 게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는 뜻이다. 실제로 음악 파일은 이제 유료 웹하드나 P2P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영화도 배급업체가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경우라면 '아주 쉽게' 받지는 못한다.

재판부의 “가처분신청 이후 해당 영화 파일의 검색 및 다운로드가 대부분 제한된 점 등으로 미뤄 기술적으로 침해 행위를 막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 듯 싶다.

이에 맞춰 KTH의 FM(Fine Movie 웹하드로 수익 많이 남기던 KTH가 최근 상황을 맞이해 급했나보다. 뭐 미리 준비했겠지), 씨네21의 즐감 등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도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다. 가격은 500~3,500원 수준이다. 웹하드 등 기존의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편당 200~300원의 패킷 요금은 그대로 유지된다(웹하드 업체의 패킷 요금을 콘텐츠 사용료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으나 절대 아니다).

물론,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이 넉넉해야 보다 나은 콘텐츠가 계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나도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영세하면 질 좋은 콘텐츠 만들기 힘들다. 뭐 꼭 콘텐츠 만드는 사람만 그런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러나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가 들어선다면 지금처럼 ‘과소비’하는 경향은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신 영화의 경우 콘텐츠 이용료가 3,500원에 패킷 사용료까지 합치면 4,000원이다. 파일을 고이고이 간직할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과한 가격이다. 이대로 굳어져버리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콘텐츠 과소비 시대는 끝난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비디오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 한 편 빌리는데 5,00원에서 1,000원 했다. 하루에서 이삼일 정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다. 다운로드 서비스를 할 경우 테이프 제작비용이 빠지고 유통 비용이 빠진다.

필요하면 광고 좀 보면 어떤가. 24시간 지나면 파일이 자동적으로 지워지면 어떤가. 보다 더 합리적인 요금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 디지털 영화 파일을 하루 빌려서 보는데 500원 이상, 1,000원 이하(패킷 요금 포함)의 가격이라면 과하게 소비하진 않더라도 주에 1~2편씩 지속적으로 볼 의향은 있다.

이미 꽁꽁 닫혀있던 지갑은 열려 있다. 2000년대 초반 “MP3 한 곡당 얼마씩 돈 주고 어떻게 받느냐”던 사람들이 이제는 멜론 등에서 한 달 정액제 가입해가지고 음악 받아서 듣고 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들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2008/08/15 18:20 2008/08/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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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사에 나온 것처럼 “불법 파일을 공유하도록 서버공간을 내주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P2P-웹하드 업체는 ‘장물아비’와 다를 바가 없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기술이 어쩌고 공유의 정신이 어쩌고 해도 그들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은 역시 저작권을 확보하지 않은 불법 파일의 유통이 가장 컸으니까 말이다. 공유의 편리함에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는 암묵적인 저작권 침해와 이를 통한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한마디로 도둑놈 심뽀가 맞다. 검색어 입력 불가 등 저작권 침해를 막는다고 막아놨지만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게 어디 막아놓은건가?

합법화 추진에 대해서 무조건 욕하는 사용자도 도둑놈 심뽀다. MP3 듣고 음반 산다고? 설마.

음성적인 시장을 양성화하려는 노력은 사용자와 저작권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다.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합법적으로(물론 비용 책정에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콘텐츠를 소비하고 저작권자는 저작권자대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KTH 아이디스크,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 엔디스크, 나우콤 피디박스 등 주요 P2P, 웹하드 업체의 순익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기사에서 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주장에 따르면 불법 다운로드를 통한 영화 시장은 6천억원에 달한다. 그는 “국내 극장 총수입이 1조원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차라리 얼른 양성화시켜서 좋은 수익 모델을 추구하는 게 낫다.

다만 씨네21i 등 저작권자가 내놓은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이용료(영화에 따라 편당 500~2000원)를 일반 사용자들이 수긍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은 조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기존 웹하드 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는 점에서접근성은 살렸다지만 역시 문제는 비용이다. 사용자와 저작권자 사이에서 벌어져 있는 비용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지 않을까?

웹하드 업체가 도둑놈 심뽀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지금 내세운 콘텐츠 이용 요금은 현실적으로 양성화를 시키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8/04/21 22:44 2008/04/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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