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의 아이폰 출현 이후 하드웨어는 왠지 찬밥이 되는 분위기다. 역시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고 삼성의 갤럭시S가 출시되니 하드웨어 사양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첫 출시된 아이폰과 지금 멀티태스킹이 되는 아이폰의 차이는 하드웨어 사양이다. 멀티태스킹이 되고 안되고는 경험 면에서 차이가 크다. 처음에는 사양이 모자랐고 지금은 그것을 충족해서 멀티태스킹을 푼 것 뿐이다.

첫 아이폰이 나왔을 때 모바일 프로세서의 성능이 지금과 같았으면 개발자들의 활동 폭이 넓어졌을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는 더욱 기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넘쳐났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혁신은 사용자 경험에서 나온다. 하드웨어가 받쳐줘야 소프트웨어로 혁신이 가능하다. 첫 아이폰이 나왔을 때 멀티태스킹을 가능하게 했다면 지금의 아이폰은 없었을 것이다. 소프트 경쟁력이 뛰어나도 밥그릇에 국을 한가득 담으면 차고 넘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버릴 건 버릴 줄 아는 기업이다.

2010/06/08 12:51 2010/06/08 12:51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차원에서 보자면 적절한 보도였다. 청와대가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스마트폰 지급을 백지화했다는 새로운 팩트를 기반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다만 옴니아2인줄 알면서도 아이폰이라고 쓴 건지, 스마트폰하면 아이폰이 떠올라서 아이폰으로 쓴 건지, 아니면 전해준 이가 아이폰이라고 해서 아이폰이라고 쓴 건지는 당사자만 알 뿐이다. 의외로 단순한 문제였을 수도 있다.

아이폰(지네들만 쓰는 OS), 옴니아2(범용 OS), 스마트폰(카테고리)이라는 단어는 단어 그 자체로만 보면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내면을 들춰보면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이해당사자에게는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플코리아가 "그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옴니아2"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건 코미디다.  

2010/05/20 20:19 2010/05/20 20:19
모사의 모 안드로이드폰을 일주일 이상 써보니, 좋긴 한데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 이건 기존 WM이나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이다. 분명 문제가 있다. 백그라운드로 작동하는(메일 엑세스와 구글 캘런더와의 싱크 등) 애플리케이션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적절하게 제어하려면 별도의 어플을 또 깔아야 한다. 이런 어플이 마켓에서 괜히 인기가 있는 게 아니었다. 안드로이드폰이 시중에 널리 깔리면 조루 배터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렇기에 안드로이드폰이 대중폰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단한 애플이고 아이폰이다.
2010/05/20 19:40 2010/05/2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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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업체 컴스코어가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OS 점유율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의 점유율을 평균으로 내보니 1위 림(42.1%), 2위 애플(25.4%), 3위 마이크로소프트(MS 15.1%), 4위 안드로이드(9.0%), 5위 팜(5.4%)으로 순위가 매겨졌습니다.

2009년 9월부터 11월까지, 그러니까 바로 3개월 전의 평균 점유율 증감율을 살펴보니 림(1.3%), 안드로이드(5.2%)만 증가했고 애플(-0.1%), MS(-4.0%), 팜(-1.8%)은 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듯 구글이 주도해서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 상승폭은 매우 높습니다. 반면 MS의 하락폭도 상당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곧 안드로이드가 MS를 따라잡을 기세입니다. 10년 넘게 윈도 CE 계열로 모바일 운영체제 사업을 해왔던 MS로써는 자존심도 상할테고 위기감도 있을 것입니다.

오는 12일 MS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접 제작한 스마트폰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핑크’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진행된 이 폰은 일본 샤프가 제작을 담당하지만 MS 브랜드로 나옵니다. MS의 MP3 플레이어 준의 초기 모델을 일본 도시바가 제작했던 것과 같은 모양새입니다.

MS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를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해왔습니다. 자체 하드웨어를 제작한다는 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애플과 구글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애플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고, 이런 가운데 대안으로 안드로이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애플이야 혼자 만들고 혼자 쓰니 논외로 치더라도, 많은 휴대폰 제조업체가 구글 플랫폼을 쓴다는 건 잠재적으로 MS에게는 굉장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당장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아이폰의 ‘대안’으로 안드로이드폰을 생각하고 있으니.

MS가 자체 브랜드로 윈도폰7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는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주변 상황을 종합해보면 MS의 모바일 플랫폼을 쓰면 이 정도로 괜찮은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까 파트너(삼성이든 LG든)를 자극하지 않을 정도로 맛만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준HD 경우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데 반해 출시 지역을 북미로만 한정해놨습니다. 이에 대해 기존 사업 파트너와 충돌 없이 콘텐츠 서비스(음악 등)를 테스트로 운용해보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MS의 기존 윈도 모바일은 기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없을 겁니다. MS가 윈도폰7으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새로운 충격 전략이 있어야 했을겁니다. 더구나 무료로 제공되는 안드로이드와 달리 여전히 유료로 판매될 윈도폰7의 제대로 된 레퍼런스 디자인을 만들어야 될 필요성이 MS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2010/04/07 15:42 2010/04/07 15:42

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무너지는 하드웨어 불패(不敗) 신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하드웨어 성능에만 매달린 삼성과 LG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조 MP3’ 엠피맨(새한정보시스템이 1998년 3월 최초로 개발)을 거론하며 한국 기업이 시장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MP3플레이어의 제품 사양이나 디자인 등 하드웨어 경쟁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장에서 뒤쳐졌고,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여전히 하드웨어를 맹신한 것이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요소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원은 또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1~2년 앞서 만들었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의 말과 “스마트폰 시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는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의 말을 보고서에 인용해 국내 굴지의 두 전자기업이 변화된 시장에 늦게 대처했고, 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듯 한 뉘앙스를 만들어냈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 말미에 애플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와 교감하면서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에게 ①소비자를 규정짓지 말 것 ②소비자를 선도하지 말 것 ③소비자를 틀에 가두려 하지 말 것 ④소비자를 믿고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같은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은 전반적으로 동의하나 일부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일단 애플 아이팟과 아이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순히 그들의 소프트웨어와 소비자와의 교감으로 압축시킨 점은 아쉽습니다.

애플 아이팟과 아이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로 압축하라면 결국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입니다. UX는 하드웨어 사양, 외관 디자인, 유저 인터페이스(UI),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환경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하드웨어의 중요성은 평가절하가 됐습니다. 하드웨어는 UX를 위해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그 경쟁력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갖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소프트웨어 대응 능력에 대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늦었다는 점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부연하고 앞으로 나아 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아쉬움은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고서 내용 중에는 애플 제품이 세계 최초가 아니라 모방에서 출발했다는 구절도 있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핵심 경쟁력에 대한 고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고서 말미에 소비자를 규정짓지 말라는 등 4가지의 조언은 다소 모호합니다. 애플을 성공 사례로 들었지만 사실은 애플 같은 성공한 기업이 이끄는 대로 소비자는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혁신적인 UX로 소비자를 선도하는 것도 애플이고, 이를 이용해 소비자를 틀에 가두는 것도 애플입니다. 똑똑한 소비자가 똑똑한 상품을 고르지만 결국 시장을 선도하는, 똑똑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업입니다. 시장을 이끄는 데 있어 기업의 힘은 아직도 소비자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혁신적인 UX를 던져주고 선택 폭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애플은 사업 방식은 종종 구글과 비교되곤 합니다. 누가 착하고 나쁘냐의 문제는 아니지만, 마치 애플이 모든 것을 소비자를 위해 헌신한다는 뉘앙스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지만 애플은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플랫폼을 활용해 수익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기업입니다.

하드웨어 불패 신화는 깨진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UX의 시대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UI, 소프트웨어 생태계 환경 등 사용자의 경험이 중요하게 됐습니다. 어느 한 가지로는 1등을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할 일이 더 많아진 셈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2010/03/03 16:10 2010/03/03 16:10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올해의 IT 키워드랍니다. 생소한 단어죠. 증강(增더할 증 强강할 강)은 수나 양을 늘려 더 강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IT 분야에서 말하는 증강현실이란 현실정보와 가상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해 보여주는 기술임을 뜻합니다.

만화 드래곤볼을 보면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가 등장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상대의 모습 위에 전투력을 수치로 보여주는, 증강현실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제로도 스카우터와 같은 기기는 존재합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쓰는 HMD(Head/Helmet Mounted Displays)가 바로 그러한 것들이죠.

HMD라고 한답니다.

증강현실이란 단어는 1992년 보잉사의 톰 코델이 처음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고, 최근에는 바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통해 실생활에서도 증강현실 기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증강현실과 관련한 연구는 굉장히 여러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은 주로 위치기반서비스와 결합된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폰에 아이니드커피라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실행하면 현재 내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에서 최대 반경 5km 이내에 있는 국내 9개 커피매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이폰 카메라로 거리를 비추면 커피매장이 위치한 곳에 각사 로고가 뜨는 형태입니다. 만들기에 따라 지하철 역이나 A/S 센터 등을 찾아주는 식으로 확장이 가능할겁니다.

이러한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구동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단에서 꼭 지원되어야 할 스펙이 있습니다. 카메라와 내 위치를 찾아주기 위한 (A)GPS, 동서남북 방향을 알려주는 전자나침반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전자나침반이 중요하답니다. GPS만 있어도 방향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3미터 정도는 걸어야만 내가 어느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나침반을 활용하면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현실정보와 가상정보의 방향을 비교적 정확하게 일치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최근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은 전자나침반을 달고 있습니다. 윈도 모바일 기반 옴니아2는 전자나침반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옴니아2용으로는 증강현실 기술을 구현해도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의 설명입니다.

SK텔레콤 오브제

증강현실에 IT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돈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치기반서비스와 결합된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은 서버에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받아와야 하므로 무선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SK텔레콤이 T맵의 정보를 이용해 영화관과 맛집 등 100만여개 건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오브제’(안드로이드 기반)를 발 빠르게 출시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광고를 염두에 두고 있을겁니다. 검색과 모바일 위치 기반 광고 시장이 뻥 터질 경우 굉장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구글의 경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할 수 있는 조건으로 500만 화소 카메라, GPS, 디지털콤파스가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정책을 정해둔 상태입니다.

LG경제연구원은 증강현실에 관한 기대감이 높긴 하지만 기술적 보완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기술적 정확도가 낮아 대중 시장으로 진입하기에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증강현실이 재미있고 신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10/02/19 15:08 2010/02/19 15:08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애플 제품에 “디자인이 나쁘다”고 말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애플 디자인이 왜 좋은가?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한 마디로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보기에도 좋고 쓰기 편하다는 얘기를 꺼낼 수 밖에요.

조너선 아이브와 스티브 잡스

애플 하면 스티브 잡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조너선 아이브라는 숨은 공신이 있습니다. 현재 애플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부사장이죠. 스티브 잡스의 ‘마술’에서 그가 해내는 역할은 무척 중요합니다. 핵심이랄 수 있는 디자인을 책임지니까요.

98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맥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아이맥은 당시 필수 장치로 여겨졌던 디스크 드라이브를 없애고 USB 포트만을 갖춘 일체형 PC였습니다. 당시 이 제품에 대해 평론가들은 “융통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아이맥은 5개월 만에 80만대가 팔려나갔고 덕분에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애플에서 쫓겨났다 97년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의 마술은 아이맥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아이맥의 디자인을 맡은 이가 바로 조너선 아이브라는 세기의 디자이너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맥북을 비롯해 아이팟과 아이폰도 그의 손길을 거쳤고, 얼마 전 공개된 아이패드의 디자인 역시 그의 작품입니다. 영국 출신인 조너선 아이브는 제품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너선 아이브는 공식석상에 서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가 가진 디자인 철학이 무엇인 지는 애플 제품을 통해 유추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 지 알면 보다 명확하게 그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터 람스

디터 람스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독일의 소형 가전 업체 브라운의 제품 디자이너였죠.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은 ‘작지만 낫게’(Less but Better)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기능을 담고 있으나 최대한 단순하게, 뺄껀 과감하게 빼는 심플한 디자인이 가장 아릅답다는 것입니다.

1950년대, 디터 람스는 오디오에 처음으로 회색을 적용함과 동시에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도입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마치 순백색의 아이팟 본체와 이어폰이 인기를 얻은 것 처럼요. 58년 그는 금속 스탠드를 채용해 심미성을 살린 스피커와 63년 독일 최초의 소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디자인했고, 휴대할 수 있는 라디오와 단순함이 돋보이는 계산기 등 수많은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브라운의 라디오와 아이팟 시리즈

아이폰과 브라운의 탁상용 계산기

조너선 아이브가 직접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 계산기에서, 아이팟은 브라운 휴대용 라디오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아래 디터 람스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 원칙을 곱씹어보면 애플, 그리고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특히 마지막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적게 디자인한 것이다’라는 원칙은 현재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1.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좋은 디자인은 유용해야 한다
3.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4.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5.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6.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좋은 디자인은 오래 간다
8.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다
9. 좋은 디자인은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10.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적게 디자인한 것이다

디터 람스는 브라운의 수석디자이너, 전무이사를 거쳐 지난 97년 회사를 떠났지만 그가 추구하는 브라운의 디자인 정체성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브라운의 전기면도기를 비롯해 각종 소형 가전제품의 디자인은 예나 지금이나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 원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브라운이 최근 출시한 3 시리즈 면도기

혹자는 애플을 논하며 우리나라에는 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없냐고 말합니다. 저는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브라운의 디터 람스와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와 같이 자사 제품의 명확한 디자인 방향성을 그릴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디자이너가 과연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될 지 의문입니다.

관리부서의 힘이 세고, 수익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에선 이러한 디자이너가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기술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티브 잡스를 논할 게 아닙니다. 백발의 현장 기술자, 한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는 연구개발자, 힘 있는 디자이너가 나올 수 있도록 기업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국판 스티브 잡스도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2010/02/05 15:12 2010/02/05 15:12

오늘(27일 현지시각) 애플이 태블릿 신제품 아이패드를 공개했습니다. 9.7인치형의 넓은 화면을 채택한 제품으로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확장판으로 보면 될 듯 합니다.

여러 매체와 커뮤니티, 블로그에서 갖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 취재가 아니어서 다소 온도 차이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람들과 대화해보니 대체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기대 이하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팟 터치와 다를 게 없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이다, 베젤(액정 옆 테두리)이 너무 두껍다,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 등 몇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불만이나 폐쇄적인 앱스토어 환경이라는 애플 전 제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유도 있습니다.

①아이팟 터치, 아이폰과 다를 게 없다 ②와이드 액정이 아니라 4대 3 비율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직사각형이 보기 싫다 ③액정 옆에 테두리가 너무 두껍다, 애플답지 않다 ④HDMI 출력이 빠져 외부 AV기기와 연결이 힘들다 ⑤GPS는 3G 모델에만 지원된다 ⑥PC용 OS가 아니다 ⑦앱스토어 환경이 폐쇄적이다, 구글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맘껏 쓰고 싶다 ⑧채택률이 낮은 마이크로 SIM을 지원한다(표준은 우리가 만든다?) 등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액정 비율이 와이드가 아니란 건 다소 아쉽지만 액정 옆 테두리가 두꺼운 건 손으로 잡고 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같다, 앱스토어 환경이 폐쇄적이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윈도 모바일 보단 낫지 않느냐, PC용 OS가 아니니 이 정도로 빠른 것이고 그에 맞는 앱도 나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애플 태블릿은 PC가 아니다.

플래시와 액티브X로 도배되어 있는 한국에선 아이패드가 성공(넷북을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올려놨군요.

저는 아이패드가 스마트폰과 기존 노트북(넷북)과의 차별점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애플은 그래서 기존 아이폰과의 호환성을 가져가기 위해 아이폰용 OS를 아이패드에 그대로 심었을 것이고, 당일 아이패드에 맞는 개발자용키트도 함께 선보인 것이겠죠. e북 프로그램과 북스토어를 함께 공개한 것도, 게임이 잘 돌아간다고 설명했던 것도 그런 이유일테구요.

다만 아이패드의 화면해상도가 1024×768이다보니 기존 아이폰 해상도(480×320)에 맞춰진 앱들이 어떤식으로 구동될 지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 개발자에 따르면 화면 한쪽에 치우치거나, 늘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애플 앱스 개발자는 아이폰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만 맞추면 된다, 뭐 이런 게 장점으로 일컬어졌는데 이제는 그걸 두 개로 맞춰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것도 아주 작지만 변수가 될 듯 합니다.


 

2010/01/28 17:28 2010/01/28 17:28
국내 MP3, PMP 업계에는 구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코원, 아이리버, 아이스테이션 등 국내 중소업체가 구글이 주도해서 만든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PMP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답니다.

이유야 있겠죠. 아이폰이 삼성과 LG의 휴대폰 사업에 잠재적 위험 요소로 여겨진다면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아이팟 터치는 업계에 그 위협이 몸으로 전해지는 수준입니다.

한 PMP 업체의 관계자는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하는 이유에 대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아이팟 터치를 통해 애플의 저력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 제품 대신 아이팟 터치를 들고 다니는 이들도 상당수입니다. 모 기업의 대표는 가방 속에 항상 아이팟 터치를 넣고 다닙니다. 즐겨쓰면서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받으려는 심산이겠죠.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의 시대가 왔다는 걸 이들이 모를 리는 없을겁니다. (적어도 한국에선)후발 주자인 애플의 점유율 상승을 보곤 직접 경험하며 성공 요인을 꼼꼼하게 체크했을테고, 이를 막을 방도를 적극적으로 강구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규모에서 OS를 개발하고 어떠한 생태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불가능할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거겠죠.

민트패스가 네트워크 단말기 민트패드를 통해 이 같은 생태계를 조금씩 구축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확신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이런 노력은 오히려 덩치 큰 대기업이 해줘야 되는데 말이죠.

프랑스 아코스가 개발한 태블릿5. 나온다면 이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어찌됐건, 결국 이들 업체는 역량이 부족한 부분, 그러니까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는 구글 및 전 세계의 불특정다수 개발자에게 도움을 받고, 강하다고 생각하는 쪽(하드웨어 개발)을 적극적으로 밀어 애플에 맞선다는 전략을 세운 것입니다. 말하자면 애플을 이기기 위해 구글과 손을 잡은 셈이죠.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구사하는 전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멀티플랫폼, 그러니까 윈도 모바일도 쓰고 안드로이드도 쓰면서 시장과 사업자의 요구 사항에 잘 맞추겠다는 것입니다.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잘 못하기 때문에 더 잘하는 쪽에 집중한다는 얘깁니다.

코원과 아이리버와 아이스테이션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나올 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기존 PMP나 소위 MP4 플레이어로 불렸던 액정이 큰 형태의 통신형 디바이스 장치가 될 것이라 합니다.

이미 내년에는 안드로이드가 8.5%의 점유율로 MS 윈도 모바일(8.1%)의 점유율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만큼 든든한 우군이라는 뜻입니다.

잘 만들어져 나오면 안드로이드OS를 등에 업고 국산 제품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나왔을 때 말입니다. 내놓는다고 했다가 안내놓으면 그야말로 양치기 소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 업체가 제품을 내놓기로 공언한 내년 상반기가 기다려집니다.
2009/10/28 08:39 2009/10/2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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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3세대 아이폰이 무려 100만대가 넘게 팔렸단다. 판매를 개시한 지 일주일만의 일이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잡스가 장담한대로 1,000만대 판매 목표는 금세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에 왜 열광하는 지 대부분 알고 있다. 이것은 국내 기업, 국내 담당자들도 알고 있다. 잘 몰라도 어렴풋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따져보면 매우 복합적이다. 단순히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다양한 기능을 집어넣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제품 외관이 예뻐서만도 아니고 UI가 멋져서(단순히 멋지기만 한 것도 아니지만)만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또 한가지. 애플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여기에 한 몫 했다. 아이튠스로 대표되는 애플의 서비스는 아이팟과 아이폰의 밀어주는 효자 중의 효자다. 북미 지역 젊은이들에게 팟캐스팅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선사한 주인공이 바로 아이튠스와 아이팟이라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서비스 정신은 아이폰에도 고스란히 전수됐고 굉장한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3세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하거나 공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애플 앱 스토어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개장했다. 애플에 따르면 11일 오픈 이후 일주일이 채 안됐는데 무려 1,000만건의 애플리케이션이 다운로드 됐다. 외부 개발자가 등록한 아이폰 전용 애플리케이션도 이미 800여건에 이른다. 제품과 플랫폼, 그리고 서비스가 합쳐진 결과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아이폰을 둘러싼 엄청난 시장이 형성될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이폰으로 인해 통신 시장의 주도권이 현재의 이동통신사 중심에서 제조사 쪽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자제품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서비스는 고사하고 나오는 제품마다 사용법도 다르다. 뭔가 통일된 것이 없다. 이는 플랫폼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다. 그때그때 만들어서 그때그때 내놓는다. 삼성이 요즘 터치위즈라는 UI를 밀고 있는 듯 한데 단순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역시 단순 제조업체라는 한계 때문인 것일까. 하나라도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서비스 개념이 결합되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플랫폼을 가져가야 한다. 국내 시장에선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가려면 그래야만 한다. 혹시 알어? 세계 시장에서 먼저 시작하면 뒤늦게나마 국내에도 제조사가 플랫폼을 심고 이통사를 넘을 수 있을지.

물론, 이걸 모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걸 못하는 이유도 수백가지는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애플이 부러워서 한 마디 썼다. 그리고, 안하면 내내 제자리걸음이다.

2008/07/18 12:40 2008/07/18 1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