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이름난 삼계탕 집이 있다. 복날이 아니더라도 이 집에서 삼계탕 한 그릇 먹으려면 매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30분은 기본이다. 2시간 가까이 기다려본 적도 있다. 가격은 1만3000원으로 다른 삼계탕집 보다 3000원 가량 비싸다. 전직 대통령이 자주 찾았다는 입소문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고 먹어보니 확실히 맛이 있어서 생각 날 때마다 한그릇씩 먹고오곤 한다.

이 집이 삼계탕 한 그릇을 팔아서 얼마를 남길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집에 영계를 공급하는 닭장수는 얼마나 남길 것인가를 생각했었다. 이 집이 삼계탕을 한 그릇 팔아서 3900원(30%)를 남긴다고 닭장수까지 30%의 마진을 남겨야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1만원에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을 3000원을 더 내면서, 그것도 매번 30분 이상 기다림까지 감수하는 것은 이 집이 삼계탕을 맛있게 잘 내놓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맛집을 잘 모르는 나에게도 이 집의 소식이 들려올 정도라면 자의건 타의건 홍보 마케팅도 잘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집이 30%의 이익을 남기고, 닭장수가 5%의 이익을 남긴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닭장수 등쳐먹는 삼계탕집이라는 비판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삼성전자가 2분기 5조원의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발표가 나자 이곳저곳에서 삼성 때리기가 한창이다. 옛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과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삼성이 협력사를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삼성이 어떤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지 제대로 밝힌 곳은 없다.

그저 영업이익률을 비교하고 뜬구름잡기식의 익명 인용 발언을 기사화한 것은 앞서 예를 든 삼계탕집과 닭장수의 얘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삼성이 2분기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고, 이렇게 쌓은 현금으로 올해 시설투자를 감행하기 때문에 장비업체들도 최대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최대실적을 기대하고 있는 이들 장비업체 가운데 삼성에 의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친 업체도 있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고, 이를 포착해 보도했다면 이것은 특종이 됐겠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것이다.

2010/07/26 15:08 2010/07/26 15:08
PC는 조립 산업이다. 인텔이 혁신을 이루면 그 혁신을 제조업체가 받아 완제품을 조립한다. 제품 그 자체로 차별화가 쉽지 않은 것이다. 애플과 소니 정도가 완성품 단에서의 혁신을 시도하지만 나머지 제조업체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PC는 브랜드가 중요하고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며 유통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 삼박자를 갖췄다. 나머지는 의지다. 그간 삼성전자의 PC 사업은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한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PC 사업을 한답시고 D램과 LCD 패널의 최대 구매 고객인 HP와 델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근래 PC 사업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건 넷북과 같은 로우엔드 모델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 것이 사내에서 먹혔다는 분석이다. 해도 안될거고 해봤자 실이 많으니 암묵적으로 하지말라던 것을, 한 번 해보라며 힘을 실어줬더니 대단한 성과가 나고 있다. 슬금슬금 북미 지역을 노크하고 있는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의 향후 성장세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으론 같은 지붕 아래 묶여있지만 발목을 잡는 사업부간 사실상 서로 다른 회사라고 생각하니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지만 구조본이 괜히 있었던 게 아니었다.
2010/06/16 11:29 2010/06/16 11:29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뒤 삼성전자가 변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및 비자금 조성 등 각종 의혹이 거셌던 지난 2008년 4월 22일 삼성 쇄신안을 발표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이 회장이 없었던 지난 2년여간 표면적인 삼성전자의 모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들춰보면 부품 사업은 시장지배력이 크게 약화됐다. LCD는 LG디스플레이에 주도권을 내줬고 낸드플래시는 도시바가 턱밑까지 쫓아왔다.

올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과 이익률 면에서 삼성전자를 크게 앞섰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더블스코어로 삼성전자를 앞섰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좋았고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누른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도시바의 추격이 무섭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도시바는 1분기 34.4%의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39.2%)와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2년 가까이 벌어져 있던 기술격차는 반기 단위로 좁혀졌다. D램 분야와는 달리 1등은 1등인데 쫓기는 1등인 것이다.

오히려 차세대 나노 공정 부문에선 삼성전자의 27나노 낸드플래시는 인텔과 마이크론의 25나노, 하이닉스의 26나노보다 소폭이나마 뒤쳐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나노대의 초미세공정을 논하면서 20나노대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반도체와 LCD는 투자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남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치고 나가는 ‘공격경영’으로 성장해왔다. 그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없었던 지난해 삼성전자의 투자는 보수적이었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 분야에 2006년 9조1702억원, 2007년 7조6052억원, 2008년 8조852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장이 없었던 2009년에는 4조8929억원으로 투자 금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트(DMC)와 부품(DS)으로 조직을 나누고 최지성 사장과 이윤우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사업을 이어나갔다. 이 시기 전후로 삼성전자 부품 조직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당장 시장이 안좋으니 생산량부터 줄였다. 삼성전자는 2008년 연말부터 2009년 1분기까지 반도체 및 LCD의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가동률을 낮추면 결과적으로 경쟁업체에게는 도움이 된다. 이 회장이 있던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동률을 조절하진 않았었다.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버티고 오히려 공급량을 늘려나갔던 삼성전자였다. 종국에는 경쟁 업체가 나가떨어져 수혜를 입는 식으로 삼성전자는 성장해왔다.

생산량을 줄이는 판국에 공격적인 신규 시설 투자가 이어질 리 없었다. 지난해의 보수적 투자 결정에 따른 여파가 올해 실적에서 나타나고 있다. 좋긴한데 더 좋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이 있었다면 지난해 최대 규모의 투자를 감행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97~98년, 2001~2002년 극심한 불황기 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확대해왔었다. 이건희 회장 복귀 시점에 맞춘 투자 발표는 사상 최대 규모지만 어찌됐건 이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 단기 실적에 우선하는 조직 문화는 집안 싸움도 야기했다. LCD가 아닌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독자적인 LED 백라이트 유닛(BLU) 조립 라인을 갖춘 것은 경쟁 체제의 중복사업을 효율성 차원에서 정리한다는 삼성의 최근 기조와 동떨어져 있다.

“삼성이 약해지면 돕겠다”고 했던 이건희 회장이다. 약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건희 회장의 존재는 삼성에게는 득(得)이지만 잠재적으로는 큰 실(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지난 2년이었다.

2010/06/01 11:07 2010/06/01 11:07

삼성 이야기 블로그에는 정작 중요하고 관심이 갈 만한 삼성의 이야기가 빠져있다. 경쟁사에 대한 분석이 있을 뿐이다. 삼성인이 분석하고 풀어주는 경쟁사의 전략은 분명 의미는 있다. 다만 이 거창하게 차려놓은 기업 블로그에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유는 구글이, 애플이, 소니가, 인텔이 TV 시장에 진입하는 배경과 전망이 궁금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삼성이 어떤 방향을 가지고 움직이느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차라리 갤럭시A건과 같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낫다. 이런 글은 삼성 내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갤럭시A 글은 실무 부서에서 일하는 삼성 개발자의 평소 생각이 묻어나있다. 서툴지만 오히려 인간적이다. 소셜미디어에 정통한 이들은 이런 글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소통하는 방법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아직 소셜미디어에 트이지 않은 '윗분'들을 설득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갤럭시A 글을 읽은 다수가 "삼성이 역시 그렇지"라고 생각했한 듯 하다. 항의하는 이들에게 삼성은 삼성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릴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보면 종국에는 책임자가, CEO가 직접 블로그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상에서 삼성의 이미지가 크게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뛰기 시작한 이에게 하늘을 날으라고 말한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의 최근 변화는 어찌됐건 긍정적이다.

2010/05/24 17:05 2010/05/24 17:05

HP가 프린터에도 팜의 웹OS를 넣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소형 디바이스와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HP는 그럴만한 물량을 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팜을 삼성전자가 인수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금액은 삼성전자로 보면 큰 것이 아니다. 삼성의 올해 투자금액 26조원 가운데 연구개발 투자비 8조원에 대한 사용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금액으로 세트 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낸드와 LCD 부문의 주도권 상실은 아쉽다.

2010/05/19 15:21 2010/05/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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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업체하면 소니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애플이 전 세계 IT업계의 이슈를 몰고 다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소니 브랜드는 전자제품 마니아의 ‘로망’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과거 전자제품 마니아였다면 소니의 워크맨과 초슬림형 브라운관 TV,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게임기 중 하나는 가지고 있었지요. 삼성전자의 마이마이를 들고다녔던 초등학생 시절, 왜 그렇게 워크맨이 좋아보이던지.

언제부터인가 소니의 실패, 혹은 위기라는 평가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겠죠. 잘 나가던 워크맨은 MP3에 밀렸고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게임기는 닌텐도에 뒤쳐지는 신세가 됐습니다. 상황은 이렇지만 소니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평가들이 달가울 리는 없습니다. 더구나 소니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을 이루고 있으며 예상보다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도 제대로 내려줘야 되겠지요. 소니와 소니코리아의 실적 개선을 기원합니다.

9일 LG경제연구원이 ‘소니 사례에서 배우는 계획의 오류’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남들보다 앞서는 혜안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소니의 실수가 결국은 실패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배워야할 교훈을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그러한 미래가 올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에 전 세계 전자업체를 재패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LG전자를 위한 보고서인 듯 합니다.

사실 소니의 혜안은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것입니다. 95년 취임한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당시 CEO는 다가오는 미래에는 디지털의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는 하드웨어는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와 소니 제품을 엮어주는 네트워킹 기술이 실적에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드웨어는 모든 제품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 여전히 경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봅니다만 소니의 경우 전형적인 완제품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업체로 비교하면 삼성전자보단 LG전자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데이 노부유키는 이러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95년 인터넷 접속회사인 소네트를 설립했고 디지털 위성 방송 사업에도 진출합니다. CBS레코드와 콜럼비아 영화사도 인수하죠. 소니의 TV, 오디오, 휴대용 미디어기기, 게임기 등에서 돌아가는 디지털 콘텐츠를 연결하기 위해 97년 바이오라는 브랜드로 PC 사업에도 뛰어듭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같은 소니의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LG경제연구원은 소니가 너무 앞서갔고 구체적이었으며 자신만만했다는 점을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TV 부문에선 LCD, PDP가 아닌 OLED에 앞서 투자했다가 사업을 접었고,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에 무시하고 미디어, 게임,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큰 실패의 이유로 자만심을 꼽았습니다. LG경제연구원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우월한 전력과 우수한 군사를 보유한 일본군이 미군을 얕보는 실수를 범한 것처럼, 소니 역시 겸손하지 못하고 자만에 빠진 것이 큰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대표 사례로는 2004년 아이팟에 대응하는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를 출시했을 때 MP3가 아닌 독자 디지털 오디오 포맷인 ATRAC를 적극적으로 밀었다가 실패했고, 바이오가 아닌 다른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는 바이오하고만 연결되는 소니의 멀티미디어 기기를 써야 하는 불편한 방식을 꼽았습니다. 소니 왕국에 소비자를 붙잡아두고자 했던 전략이 불편함으로 다가온 것이죠.

보고서는 도요타 제품 불량 사태에서 미국 사회가 보여준 것처럼, 시기의 대상이 된 기업은 약점을 보이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니가 사업에서 오만함을 보이자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경쟁기업들마저 점차적으로 소니의 반대세력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애플이지만 소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애플 제품의 가두리 방식도 충분한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이 보고서가 LG전자를 위한 것이었다면 겸손의 미덕, 계획의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시장을 선도하는 성공 기업의 전략도 함께 소개해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맥스폰의 판매 호조에서 볼 수 있듯 LG전자의 시장 파악 능력과 대응력, 2인자·3인자로써의 위상은 이제 충분합니다. 삼성전자가 LED TV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맛보았듯 LG전자가 어떤 분야에서건 1위를 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한 발 앞선 혁신 제품, 서비스의 개발이 요원합니다.

2010/05/09 18:36 2010/05/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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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달부터 27나노 미세 공정을 적용한 32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ulti-Level Cell MLC)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고 19일 발표했습니다. 낸드플래시란 스마트폰과 MP3 등 휴대 디바이스에 주로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를 뜻합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에도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가 탑재된다는 뉴스는 이미 접해봤을겁니다.

삼성전자의 오늘 발표가 각 언론 매체를 통해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유는 ‘20나노대’의 미세 공정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업계 최초로 양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업계 최초는 세계 최초임을 뜻합니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도시바(27나노 올 2분기 양산), IM플래시테크놀로지(25나노 오는 6월 양산), 하이닉스(26나노 올 3분기 양산)보다 빠른 것입니다.

미세 공정을 적용한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이 앞선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27나노 공정의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는 것은 반도체 내부 회로의 선폭을 27나노로 줄였다는 의미입니다.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를 뜻합니다. 머리카락 두께에서 8000~10만분의 1에 불과한 것이 바로 나노미터 단위라니 공정을 미세화하기가 어느 정도로 힘든 것인지 대충 생각해도 짐작이 갑니다.

공정을 미세화하면 이점이 많습니다. 반도체의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 장의 웨이퍼(원판)에서 뽑아낼 수 있는 반도체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이는 곧 생산성이 향상됨을 뜻합니다. 원가 측면에서 한 장의 웨이퍼에서 10개의 반도체 칩을 뽑아낼 수 있던 것을 공정 미세화를 통해 15개를 뽑아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매출과 이익 상승에 도움을 주겠지요.

그런데 오늘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27나노가 아닌 ‘20나노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20나노대라 표현하여 정확히 몇 나노냐고 물어보니 “모른다,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10억분의 1m라는 초미세 공정을 논하면서 ‘나노대’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관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업계에선 1~2나노는 큰 차이가 없고 수율과 실제 해당 공정을 운용했을 때의 생산성 향상점 등을 봐야 한다는 설명이 우세하게 많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굳이 30나노대, 20나노대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를 ‘허세’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양산 시점은 확실히 빠르긴 했으나 25나노, 26나노 공정으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경쟁사들의 발표가 나와 있는 가운데 ‘27나노’라고 표현하면 세계 최초라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2008년 황의법칙을 폐기하면서 속도 경쟁에서 실속 중시로 전환했습니다. 27나노 낸드플래시의 개발은 이미 작년 하반기에 마쳤지만 발표를 미뤄뒀다 양산을 시작하며 터뜨린 것이죠. 어떤 법칙을 지키기 위해 개발과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30나노대에 이어 20나노대라는 표현은 바뀌지가 않은 것입니다. 삼성전자를 따라서 하이닉스도 20나노대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위 삼성전자와 후발 업체들의 기술 격차는 좁혀지고 있습니다. 도시바의 추격은 특히 심상치가 않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도시바(40.2%)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수량을 기준으로 삼성전자(36.5%)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올 1분기도 2% 가량 앞섰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습니다. 프리미엄급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삼성전자가 매출 기준으로는 아직도 부동의 1위지만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답니다.

2010/04/19 14:04 2010/04/19 14:04

오늘(1일)부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지털이미징이 합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사업 일류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카메라를 휴대폰에 버금가는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합니다.

옛 삼성 카메라는 가격이 최고 경쟁력이었습니다. 삼성은 주로 로우엔드 모델로 시장 아래쪽을 공략해 점유율을 높여왔습니다. 세계 콤팩트형 디카 시장에서 삼성은 캐논과 소니에 이어 수량 기준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말할 것 없이 1위입니다. 탄탄한 유통망과 거대한 자본력으로 이뤄낸 결과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장 유통 상인들도 마진이 1만원이라도 더 많은 삼성 카메라를 파는 것이 이익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삼성 카메라의 경쟁력은 제품 그 자체보다 다른 쪽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랬던 삼성 카메라가 지난해부터 색깔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로우엔드 모델 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도 제법 쏟아내고 있고, 자체 제작한 렌즈교환식 하이브리드형 디카 NX10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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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커뮤니티에선 “삼성이 뭔가 제대로 하려나보다”, “일본 업체들 마음에 안드는 데 잘 나오면 삼성으로 갈아탈련다”, “하드웨어 만드는 건 삼성이 최고다” 등 좋은 평가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비록 고급형 제품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로우엔드 제품으로 시장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위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카메라 사업이 딱 그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과거 삼성이 복잡하고 비싼 고급형 제품을 내놨다면 지금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콤팩트형 디카에서 야금야금 시장을 먹어왔던 삼성은 렌즈와 센서, 액정,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100% 자사 기술로 렌즈교환식 하이브리드형 카메라를 내놨습니다. 삼성이 독자 기술로 만든 첫 렌즈교환식 카메라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가 있었고, 제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제품을 구입할 만한 주요 대상을, 즉 카메라를 잘 아는 충성도 높은 고객 군을 어루만졌던 경험이 없습니다. 콤팩트형 디카를 비롯해 휴대폰, TV와는 다릅니다. 카메라는 고객의 관여도가 매우 높은 사업입니다. 충성도가 높은 반면 이의 제기도 상당히 잦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폭탄’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삼성은 NX10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3번의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첫 출시행사, 예약판매, 청계천 체험 행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출시행사 때는 한정 인원만 초청한다며 신청하라고 해놓고선 정작 당일에는 누가 누군지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여기서 미리 신청한 사람들은 빈정이 상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수 백명의 사람을 불러모아놓고 50인분에 남짓한 식사를 준비해 굉장한 원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사용자 행사에는 밥이 가장 중요하다”며 “행사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밥이 좋으면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NX10을 보겠다며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었는데 체험 제품은 달랑 몇 대 수준이었다는 불만도 상당했습니다. 3시간 동안 NX10을 무료로 대여해주기로 한 청계천 출사 행사 때도 제품은 5대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몰려든 인원은 수십, 수백명이었다는 데 말이죠.

초기 좋은 반응과는 달리 커뮤니티 등에서 이른바 빅 마우스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삼성 NX10의 평가 점수는 현재 그리 좋지가 못합니다. 삼성전자가 일본 카메라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를 모셔오려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지켜본 일본 카메라 업체들은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고 합니다. NX10을 보려고 경쟁 카메라 업체들이 삼성 딜라이트를 자주 방문했다더군요. 일본 업체에 대한 불신이 아직도 크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섬세한 마케팅까지 병행했더라면 큰 위협이 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2010/04/01 17:27 2010/04/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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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를 놓고 한판 붙었습니다. 서로 내가 낫고, 너는 못났다며 다투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3D TV와 관련해선 LG전자가 먼저 딴죽을 걸었고 삼성전자가 발끈하는 모양새입니다.

어제는 각사 사업부 수장들이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LG전자 LCD TV 사업을 맡고 있는 권희원 부사장은 3D 관련 포럼에 나와 2D→3D 실시간 변환 기술은 소비자들이 3D 콘텐츠를 저급한 수준으로 오인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D 콘텐츠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은 “실력 없는 이들이나 하는 말”이라며 “변환 기술은 꼭 필요하다”고 맞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2D→3D 실시간 변환 기술이 3D 콘텐츠가 부족한 현재 실정을 고려하면 킬러 기능이 될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윤 사장은 LG전자 제품의 LED 백라이트 방식을 짚고 넘어갔습니다. 풀LED(직하)라곤 하는데 작년 3360개에서 올해는 왜 1200개로 줄었냐는 것이죠. 그걸로 풀LED라고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LG전자는 2D→3D 실시간 변환 기술을 넣지 않을까요? 윤 사장이 지적한 대로 LED 개수를 1200개로 줄였기 때문에 풀LED라고 부를 수 없을까요? 그렇다면 직하가 나을까요, 엣지 방식이 나을까요? 왜 삼성전자는 엣지 방식을, LG전자는 직하 방식을 밀까요?

LG전자, 2D→3D 실시간 변환 기술 넣을 거면서…

LG전자도 2D→3D 실시간 변환 기술을 넣을 것이라고 출시 발표회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기술을 가진 국내 모 중소업체와 여러 번 논의를 거친 단계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기술을 깎아내리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27일 프로야구 개막전에서도 삼성전자는 이 기능을 활용해 체험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죠.

LG전자는 이 기술을 넣더라도 삼성전자처럼 마케팅 소구 포인트로는 활용하지 않을 거랍니다. 권 부사장 말대로 3D 콘텐츠를 저급한 수준으로 오인할 수도 있다는 게 부담이랍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결국 준비가 늦어서 실시간 변환 기술을 삽입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얘기합니다.

권희원 LG전자 LCD TV 사업부장 부사장은 지난 25일 “경쟁사의 변환 기능은 엄밀히 말하자면 2D→3D가 아니라 2D→2.4D 기술”이라며 “LX9500에는 이 기능이 빠졌지만 추후 발표될 3D TV에는 2D→2.5~2.6D 정도로 개선된 실시간 영상 변환 기능을 삽입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2.4D와 2.5~2.6D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사장이 “실력 없는 이들이나 하는 말”이라는 건 결국 현재 삼성 제품에는 이 기술이 있고, LG전자는 없기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보입니다. 소니와 도시바가 선보인 3D TV도 이 실시간 변환 기술을 담고 있습니다.

직하 vs 엣지 방식 LED 백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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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을 봅시다. LCD 패널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빛을 비춰주는 백라이트를 후면에 장착합니다. 예전에는 CCFL(냉음극형광램프)이라는 광원을 썼지만 요즘 ‘LED TV’로 불리는 제품에는 말 그대로 LED가 탑재됩니다.

직하 방식은 백라이트 전체에 고르게 LED를 배치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LG전자의 작년 제품에는 3360개의 LED를 박았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1200개로 줄어들었죠. 그 이유는 하나하나의 LED가 낼 수 있는 빛의 세기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수는 줄어도 전체적인 밝기는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LED를 백라이트 전체에 고르게 배치하는 것과는 달리 엣지 방식은 상, 하, 좌, 우측에 LED가 들어간 라이트 바(Light Bar)를 장착하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상하에 각각 2개씩, 좌우에 하나씩 해서 6개의 라이트 바가 들어갔는데 올해부터 출시되는 삼성전자 LED TV에는 상하에 각각 2개씩해서 4개가 들어갑니다.

엣지 방식의 장점은 LED 칩이 적게 들어가는 대신 저렴하고 슬림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40인치 LCD TV를 기준으로 직하형 LED 백라이트의 원가는 250달러에 달합니다. 반면 엣지 방식(6개 라이트 바)은 151달러로 39% 원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올해 제품에 적용되는 4개의 라이트 바를 달면 원가는 105달러로 58%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 바가 6개에서 4개로 줄었다고 휘도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전체 LED 개수는 줄어들지만 라이트 바 하나에 들어가는 LED 개수는 늘어났고, 빛의 세기 즉 광도 역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LG전자가 3360개에서 1200개로 LED 개수를 줄였어도 전체적인 밝기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원가는 보다 더 절감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윤부근 사장이 LG전자 TV를 놓고 “풀LED가 맞냐”고 지적한 것도 100% 맞다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측면에 라이트 바를 배치해도 중앙 부위의 휘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것이 바로 기술력이라고 말합니다. LED 개수를 줄이면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동등한 휘도를 달성한 것을 두고 혁신을 이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LG전자가 엣지 방식의 제품을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해 LG전자도 엣지 방식 LED TV를 내놓았고, 이번 3D TV 제품도 향후 중보급형 제품에 엣지 방식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직하 방식의 경우 영상부분제어기술로 불리는 로컬 디밍에서 유리합니다. 특정 구역의 백라이트를 켜고 끄는 방식으로 보다 나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가 될 지는 전망하기 힘들지만 LED의 대량생산체제가 구축되고 가격이 떨어지면 직하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긴 합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가격대비 효율로 따지면 엣지 방식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LED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에 굳이 출하량을 줄여가며 직하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직하 방식과 엣지 방식의 비율은 1대 9입니다. 2015년이 되어도 2.7대 7.3 비율로 엣지 방식이 대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고급형 제품에서 직하 방식을 미는 이유는 ‘고성능’을 강조한다는 전략 외에도 해당 백라이트 기술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라이트는 LCD 모듈 원가에서 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완제품 제조업체가 백라이트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LCD 패널 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TV 완제품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가 패널과 백라이트를 조립하는 모듈 조립 라인을 구축한 바 있죠.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LG전자 입장에선 LED 가격이 떨어져 직하 방식이 대세가 되는 그 날이 기다려질 수도 있겠습니다.
2010/03/31 16:45 2010/03/31 16:45

24일 한국전력 홍보실 전화는 불통이 됐습니다. 기자들에게 걸려오는 전화가 워낙 많아 업무가 마비됐다고 합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경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선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기자들은 삼성전자에 문의를 했고, 홍보실에선 “공장 주변에서 깜빡임이 있었던 걸 보니 한국전력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전력 홍보실은 기자들에게 현재 파악 중이라고 말했고, 삼성과 한전 측의 이러한 발언들이 모두 인용되어 기사화됐습니다.

그런데 한 시간 후쯤 삼성전자는 “정전원인은 기흥사업장 내에서 발생하여 한전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공식 자료를 냈습니다. 한전 측도 이번 정전은 한전이 원인은 아니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조사해보니 한전 책임이 아니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의 자체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가정 내에 두꺼비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두꺼비집은 지나치게 높은 전압이 들어올 경우, 이를 차단하는 안전장치이죠.

전압을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기흥 반도체 공장 같은 곳은 말하자면 가정 내에서 쓰는 두꺼비집과 같은 자체 소유의 설비를 갖춰야만 한답니다. 이상 전압이 들어올 경우 공장 설비 등에 문제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죠. 한전 측은 전기가 공장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열고 닫는 장치’(GIS라고 한답니다)가 고장났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수원 지역에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신수원변전소가 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사업장은 2개의 전용 송전선로를 통해 신수원변전소로부터 전력를 공급받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늘 설비 관리를 위해 제 1 송전선로의 전력을 잠시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답니다. 2개의 송전선로로 오던 것을 하나로 압축되니 GIS 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게 한전 측의 설명입니다.

기흥 반도체 사업장의 정전 여파로 신수원변전소 변압기 1, 2번과 145kV급 3개의 송전선로도 순간 정지됐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용인과 오산 지역 등에 순간 깜빡이는 정전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삼성 공장의 설비 고장으로 한전 측과 한전의 고객에도 피해를 미쳤다는 것이죠.

그런데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정전 이유가 한전 문제로 보인다”고 성급하게 말한 것이 기사화되어 나간 것입니다. 한전 내부에선 “삼성전자에 정식으로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이미지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 반도체 공장의 문제로 인해 주변 지역에 발생한 순간적인 정전”이라며 “일이 얼마나 커질 지는 모르지만 다른 고객(공장 등 전력을 공급받는 사업체)들의 문의전화도 상당히 많아 실제 피해가 생길 경우 이에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두로 얘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래서 공식 자료에 한전 측 얘기를 끼워넣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의 정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7년 8월에도 정전사고가 발생해 6개 반도체 라인이 21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됐었고, 이에 대한 여파로 500여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정전은 (2년 전과 비교해) 시간이 짧았고 무정전공급장치(UPS) 시스템이 가동되어 핵심 설비와 장비는 정상 가동됐다고 합니다. 피해규모를 조사 중이지만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되면 라인에 투입되어 있던 웨이퍼는 모두 폐기해야 한답니다. 또한 생산 일정에도 차질을 빚는다고 합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에 이런 정전 사고는 다시 발생해선 안되겠죠. 반도체는 국가 핵심 수출 품목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삼성만의 공장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10/03/24 18:24 2010/03/24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