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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7 삼성붕괴시나리오와 반론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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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붕괴시나리오라는 신간. 전직 삼성 간부의 고백과 현장에서 뛰는 팀장급 연구원들의 하소연이 재미있게 읽혔다. 책 내용 곳곳에는 저자가 6년간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과 애정이 묻어나 있다.

이 책에는 구글이 HTC 대신 삼성전자에 넥서스원의 개발을 의뢰했고,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기술되어 있다.

저자는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한 삼성전자의 한계와 이러한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조직 전반의 경직된 문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1등을 재빠르게 쫓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며 말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창조경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저자가 생각하는 이런저런 문제점을 산발적으로 풀어놓은 탓에 삼성전자가 2020년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할 수 있는 이유가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해서인지, 조직문화가 경직되어서인지, 여전히 제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것인지 머릿 속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재용 사장의 경영 능력 검증에 관한 문제제기, 협력사와의 상생,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관련된 전직 삼성 간부의 고백은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혔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빼버렸다면 저자의 주장을 보다 쉽게 머릿 속에 넣어둘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몇 가지 수긍할 수 없는 내용도 보인다. 예컨대 삼성전자 제품에서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은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나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이유를 단지 ‘남의 것을 흉내 내기 위함’이라고 단정 짓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적어도 이 같은 주장을 꺼내놓으려면 삼성전자 제품이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조직 구조, 개발 프로세스 등의 한계를 기술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옴니아가, 갤럭시S가 갤럭시 탭이 모두 충전 단자가 다른 이유와 해결점을 꺼내놨어야 한다는 얘기다.

모순도 있다. 독보적인 하드웨어 기술을 육성하라며 새로운 개념의 입력장치를 대안으로 꺼내 든 것을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저자는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비지오와 애플의 제조 아웃소싱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글로벌 네트워킹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은 삼성전자의 제조 경쟁력과 공급망관리 능력을 버리라는 모순된 주장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애플과 구글처럼 소프트 경쟁력을 키우고, 개방을 통해 인공 콘텐츠 생태계가 아닌 자발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붕괴시나리오’라는 도발적인 책 제목과는 달리 저자의 이 같은 주장 자체는 진부하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연구원들의 입을 빌려 바다OS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민을 기술했더라면.

애플과 구글을 따라가라면서 남들과는 다른 창조 경영을 하라고 주장하니 책을 읽다보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저자는 제조 경쟁력은 가져가면서도 웅크린 채 OS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식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분명한 건 OS와 콘텐츠를 확보하고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며, 하드웨어 기술을 육성하라는 저자의 제안은 이미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01/27 11:22 2011/01/27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