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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붕괴시나리오라는 신간. 전직 삼성 간부의 고백과 현장에서 뛰는 팀장급 연구원들의 하소연이 재미있게 읽혔다. 책 내용 곳곳에는 저자가 6년간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얻은 경험과 애정이 묻어나 있다.

이 책에는 구글이 HTC 대신 삼성전자에 넥서스원의 개발을 의뢰했고,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기술되어 있다.

저자는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한 삼성전자의 한계와 이러한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조직 전반의 경직된 문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1등을 재빠르게 쫓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며 말뿐만이 아닌, 실질적인 창조경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저자가 생각하는 이런저런 문제점을 산발적으로 풀어놓은 탓에 삼성전자가 2020년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할 수 있는 이유가 소프트 경쟁력이 부족해서인지, 조직문화가 경직되어서인지, 여전히 제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는 것인지 머릿 속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이재용 사장의 경영 능력 검증에 관한 문제제기, 협력사와의 상생,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관련된 전직 삼성 간부의 고백은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혔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빼버렸다면 저자의 주장을 보다 쉽게 머릿 속에 넣어둘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몇 가지 수긍할 수 없는 내용도 보인다. 예컨대 삼성전자 제품에서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은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나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이유를 단지 ‘남의 것을 흉내 내기 위함’이라고 단정 짓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적어도 이 같은 주장을 꺼내놓으려면 삼성전자 제품이 정체성을 가질 수 없는 조직 구조, 개발 프로세스 등의 한계를 기술하고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옴니아가, 갤럭시S가 갤럭시 탭이 모두 충전 단자가 다른 이유와 해결점을 꺼내놨어야 한다는 얘기다.

모순도 있다. 독보적인 하드웨어 기술을 육성하라며 새로운 개념의 입력장치를 대안으로 꺼내 든 것을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저자는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비지오와 애플의 제조 아웃소싱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글로벌 네트워킹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은 삼성전자의 제조 경쟁력과 공급망관리 능력을 버리라는 모순된 주장이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애플과 구글처럼 소프트 경쟁력을 키우고, 개방을 통해 인공 콘텐츠 생태계가 아닌 자발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붕괴시나리오’라는 도발적인 책 제목과는 달리 저자의 이 같은 주장 자체는 진부하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연구원들의 입을 빌려 바다OS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삼성전자의 고민을 기술했더라면.

애플과 구글을 따라가라면서 남들과는 다른 창조 경영을 하라고 주장하니 책을 읽다보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다. 저자는 제조 경쟁력은 가져가면서도 웅크린 채 OS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전자식 해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분명한 건 OS와 콘텐츠를 확보하고 글로벌 연대를 강화하며, 하드웨어 기술을 육성하라는 저자의 제안은 이미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1/01/27 11:22 2011/01/27 11:22

인텔이 소녀시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도 후원한다. 인기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는 것은 인텔로써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텔의 광고는, 기껏해야 우주인 복장을 한 이들이 추상적으로 그들의 기술을 설명했던 것이 다였었다. 그 속에는 기술 기업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났었다.

올해부터는 소녀시대가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대중들에게 인텔의 프로세서를 알리게 됐다. 비주얼이 되고 스마트한 이미지가 있는 소녀시대는 인텔이 올해 발표한 2세대 코어 i 프로세서 시리즈(샌디브릿지)의 특징과 걸맞으며 이를 알리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이다. 더불어 인텔을 몰랐던 이들은 소녀시대를 통해 인텔이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선 반도체 기업이라는 걸 인지할 수도 있다.

프로게이머의 메인 스폰서로 나서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은 PC 프로세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인텔의 시각이다. 재정 불안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과거 AMD도 국내에서 프로게이머인 기욤 패트릭을 활용해 대단한 광고 효과를 봤었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회사 측은 '대소비자 마케팅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텔 만큼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B2B 기업이 있나 싶다. 기술 기업임을 강조해왔던 인텔이었기에 소녀시대를 아시아 지역의 광고 모델로 기용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반대 의견도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PC는 매년 전 세계 시장에 3억대 이상이 보급되고, 연 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건강한 시장이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은 PC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고 사람을 연구하는 인텔이지만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 반대에도 인텔로써는 새로운 형태의 대(對) 소비자 마케팅 프로그램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한류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이러한 복합적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소녀시대와 임요환이 아시아, 그리고 한국 지역에서 인텔의 기술과 PC에 대한 관심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고객과 접점을 가진 인텔코리아의 위상이 지역 법인 가운데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텔 칩을 쓴 TV와 스마트폰을 내놓게 된다면 인텔코리아의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다.

2011/01/13 15:51 2011/01/13 15:51

플랫폼의 성공은 에코시스템에 달려 있다. 에코시스템의 경쟁력은, 단순하게는 외부 개발자의 숫자로 가늠한다. 돈이 되는 플랫폼에는 개발자들이 몰리게 되어 있다. 애플이 구글이 하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돈이 된다면 팔 걷어붙이고 달려드는 개발자들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바다OS의 전략은 명확할 것이다. 많이 팔아 널리 퍼뜨리는 것. 바다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의 누적 판매량이 우리나라의 인구 숫자만큼 된다면 알아서 굴러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 큰 노력을 보태면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삼성전자도 애플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플랫폼 사업자로 우뚝 설 수 있다.

삼성전자는 바다OS를 탑재한 웨이브폰을 지난해 500만대 판매했다고 했다. 올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목표로 잡고 있다. 삼성 혼자가 아니라 팬택이 가세한다면 이보다 판매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팬택은 삼성전자가 도움을 준다면 미공략 해외 시장으로의 활로가 뚫릴 수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러브콜에 응했다. 신종균 사장은 원하는 업체가 있다면 바다OS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팬택 측은 지난해 8월부터 자사 스마트폰에 삼성전자 바다OS를 넣고 싶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먼저 요청했어야 할 일을 팬택이 먼저 했다.

삼성전자의 오케이 사인이 들어온 지금 팬택은 하루라도 빨리 삼성전자와 함께 바다 스마트폰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그림이다. 삼성전자는 플랫폼을 강화하고 팬택은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바다OS를 시작한 삼성전자의 판단은 무모한 것이 아니라 진취적이었음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언제까지 남의 것에 얹혀서 살 수 없다. 모든 정력을 집중해 갈고 닦는 것은 남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이어야 한다.

2011/01/11 14:47 2011/01/11 14:47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1년 사이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는 패색이 짙었다. 기자들과 만나면 입 꾹 다물고 급히 자리를 피해야 했던 신 사장이다.

당시 시점에선 스마트폰 트렌드에 실기(失機)한 업체는 LG전자 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이를 극복했고,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거듭났다. 느긋했던 LG전자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을 지켜보며 삼성의 타이트한 조직 문화와 구성원들의 독함을 느낀다. 입 꾹 다물고 급히 자리를 피해야 했던 무선사업부장이, 자신의 영역이 아닌 IFA, CES 현장까지 달려와 올해 목표를 설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밥 거르고 잠 안자고 갤럭시 시리즈를 개발한 구성원들의 독함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가진 원초적인 경쟁력은 이처럼 독한 DNA를 가진 구성원들이다. 오너의 독함이 조직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 독한 DNA를 심겠다고 한다. 무르고 무른 조직 구성원을 타이트하게 조여 삼성의 독함을 닮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경과 영역이 허물어진 무한경쟁시대에는 아버지와 형이 중시한 ‘인화’라는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듯 하다.

구 부회장의 말처럼 LG전자의 구성원이 독기를 가지고 일에 달려들게 하려면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 올 연말 LG전자의 각 사업부 성과에 따른 인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그 자신도 아직 무르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현재 LG전자의 MC사업본부와 상황이 같았더라면 글로벌 CES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한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 사장 마냥 신종균 사장이 라스베이거스 현장에 나타날 수 있었을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남용 부회장이 펼쳤던 영어 공용화를 LG전자가 아닌, 삼성전자에 적용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 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무르고 독함이 문제라면 애당초 남 부회장은 아스팔트가 아닌 비포장도로에서 LG웨이(WAY)를 주창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언제가 됐건 남 부회장의 재평가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11/01/09 17:42 2011/01/09 17:42

형만한 아우 없다 하지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다. 아우가 형보다 낫다. 오히려 형을 먹여 살리고 있다. LG전자의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부품 기업이다. 기업이 고객이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을의 입장에 서 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낮춰야 하고 공급량이 초과할 경우 주력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팔아야 하는 태생적 한계도 갖고 있다.

완제품 기업과 공조해 기술력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 또한 부품 기업이기도 하다. LG디스플레이 단독으로 그 유명한 레티나 디스플레이 같은 혁신 제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LG전자가 해야 할 역할을 스마트폰 시장 최대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애플의 도움을 얻은 것이다. 권영수 대표가 애플 덕을 제대로 봤다고 했는데, LG전자 덕을 봤다고 말했어야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AMOLED로 마케팅에 열을 올릴 때 LG전자는 LCD로도 충분하다고 대응했다. LG디스플레이가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AMOLED 대응이 늦은 것도 따지고 보면 LG전자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애플의 도움으로 개발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LG전자가 채용하겠다고 나서면 진상도 그런 진상이 없을 것이다.

공급과잉으로 가뜩이나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는데 TV사업부문의 실적 개선을 위해 패널 구매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압력이나 가하고 있는 LG전자다. 긍정적 시너지 효과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의 기술 논쟁을 논외로 접어둔다면 LG디스플레이가 새롭게 개발한 편광 방식 3D 패널은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혁신을 이룬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부품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룬 혁신이 완제품 업체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시너지는 없다. 일본 도시바, 미국의 비지오, 중국의 하이얼과 같은 잠재적 경쟁 업체에도 똑같은 기술, 똑같은 제품이 적용된다. LG전자가 먼저 벌었어야 할 돈을 미국, 일본, 중국 TV 업체들이 같은 시기에 나누어 벌 것이란 얘기다. 형님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니 자격도 권한도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애플과 레티나 디스플레이 사례와 비교하면 참으로 상반되는 구조다.

LG전자는 이런 와중에 셔터글래스 방식 3D TV의 단점을 논하며 편광 방식 3D 제품을 주력으로 밀고 있다. 그렇다고 셔터글래스 제품을 다루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다. 중심을 잡지 않으니 마케팅·광고 메시지도 일치시켜 내보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람이 바뀌고 조직이 개편되어도 그대로인 LG전자다. 한편으로는 그룹 내 부품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권영수 대표의 입지가 작년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는 느낌이다. 차기 대권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2010/12/29 17:01 2010/12/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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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시장은 이미 양강 체제로 재편이 이뤄졌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내비게이션 업체 대부분은 퇴출됐고 핵심인 전자지도와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모두 가진 팅크웨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적자를 거듭하던 파인디지털은 꿋꿋하게 버텼고 기술력을 갈고 닦아 올해 흑자 전환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따먹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급하게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기존 소비자 가전제품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내비게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탭을 한 달 가량 써보니 태블릿을 가졌다면 굳이 내비게이션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위 업체 팅크웨어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갤럭시 탭에 3D 내비게이션 전자지도 아이나비 3D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혹자는 고개를 갸웃한다. 갤럭시 탭에 내비게이션의 핵심인 전자지도를 제공하면 당장은 자사 내비게이션 제품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인디지털처럼 시장이 개화하면 그 때 들어올 수도 있었을 텐데 다소 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보면 빠른 것도 아니다. 팅크웨어는 사실 급하다. 위기라는 인식도 있다.

갤럭시 탭에는 두 종류의 내비게이션 전자지도가 탑재되어 있다. 하나는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3D. 또 하나는 SK텔레콤의 T맵이다. T맵은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3D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열세다. 포함된 데이터베이스의 양이나 시인성, 사용자 환경(UI) 등 나은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노들길에서 여의도로, 혹은 영등포로 빠질 때 T맵을 쓰다 길을 잘 못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나비 3D를 쓰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처럼 방대하고 정교한 3D 데이터를 또 어떤 업체가 구축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T맵을 쓰는 이유는 있다. 길 안내 스킬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꽉 막힌 길을 피해 빠른 길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가치를 인정해 T맵만 고집하는 골수 마니아가 상당히 많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3D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먼 길 갈 때나 통행량이 많지 않은 밤 시간을 제외하면 T맵을 더 자주 찾게 된다. 팅크웨어는, 이러한 아이나비 전자지도가 현재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내가 만든 전자지도를 나만 쓰며 이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던 팅크웨어가 단기적으로는 주력 제품의 잠식을 용인하면서 갤럭시 탭에 아이나비를 공급키로 한 데에는 이러한 갭을 재빨리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갤럭시 탭은 테스트베드(시험대)다. 팅크웨어는 자체 플랫폼 ‘티콘’을 활용해 전국 도로 상황을 데이터로 받아 이를 안내 경로에 포함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초면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팅크웨어가 소프트웨어 제공 사업으로 돌아서고자 했다면 유료든 무료든 아이나비 전자지도를 앱스토어에 올려놨을 텐데 현재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팅크웨어라고 태블릿 사업을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팅크웨어가 태블릿을 생산하고 그 위에 킬러 앱인 아이나비 3D를 경쟁력으로 얹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0/12/21 10:00 2010/12/21 10:00
롯데마트와 모뉴엘이 1000대 한정으로 판매하는 29만8000원짜리 ‘통큰넷북’이 화제다. 29만8000원이라는 가격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미쳤던 통큰치킨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모양새다.

에이서의 29만9000원짜리 리눅스 넷북과 꼼꼼하게 비교해보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윈도7을 넣었지만 CPU와 하드디스크 사양이 다소 떨어진다. 어찌됐든 현 시점에서 정상적인 최저가 넷북은 맞다.

통 큰넷북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몇 만원 더 주고 브랜드 노트북(삼성, HP, 도시바 등)을 구입하는 가치 구매형 소비자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넷북의 가격 저항선이 30만원 밑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조정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C 업체들은 재고 떨이든 신제품 출시든 미리 맞춰놓은 가격을 낮춰야 될지 말지를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에이서가 OS 불법복제를 조장한다는 업계의 비판을 들으면서 리눅스 노트북을 판매하는 꼼수를 부린데 이어 유통업체인 롯데마트가 쐐기를 박은 셈이다.

모 뉴엘 입장에선 통큰넷북이 당장의 매출 볼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저가 이미지가 굳어져 독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TV에 광고까지 해가며 기술력을 강조했던 노력이 통큰넷북에 덮여질 것이란 얘기다. 조립산업에서 규모가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은 기술력으로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한다.
2010/12/16 16:29 2010/12/16 16:29

저렴한 넷북으로 유럽 시장에서 한창 주가를 올렸던 삼성전자의 PC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넷북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머징 마켓에서 넷북은 여전히 성장할테지만 유럽과 미국 등 삼성이 집중하던, 집중하려 했던 선진 시장에선 성장 둔화세가 뚜려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래서야 수량 점유율에서 2014년 전 세계 톱3 안에 들겠다던 삼성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성장 둔화세의 원인이 태블릿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내 IT솔루션사업부가 무선사업부를 대상으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넷북 중심이던, 로우엔드 제품 중심이던 삼성전자 IT솔루션사업부는 전략을 수정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구글과 함께 크롬 OS를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하는 것도 좋지만 그간 경쟁력을 확보한 넷북으로 이머징 시장 공략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컨슈머 노트북이 아닌 기업에 특화된 제품 라인업을 꾸려 증가하는 기업 시장에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저렴한 로우엔드 제품으로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오는 전략으로 100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다면, 이제는 삼성의 기술력(이랄 것도 없지만)을 상징하는 하이엔드급 제품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PC는 최근 사람들의 관심에서 외곽으로 잠시 비껴나 있지만 매년 3억대 이상의 수요를 자랑하는 건강한 시장이다. 똑똑한 기업이 모두 모여있는 시장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IT솔루션사업부도 사장급 임원이 사업부장을 한 번 맡아봐야 하지 않겠나.

2010/12/13 17:30 2010/12/13 17:30
기자 조직에는 정보보고란 것이 있다. 취재 현장에서 얻은 정보지만 기사화가 부담스럽거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설이 정보보고를 통해 윗선으로 올라간다. 기자들끼리는 공유가 되지 않더라도 팀장-부장-국장 라인은 영양가 높은 고급 정보를 배불리 섭취하며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뿌리 깊게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기자 조직의 정보보고가 고스란히 증권가로 흘러들어 찌라시로 뿌려지기도 한다.

한쪽에선 을의 입장에서 협력하고 다른 한쪽에선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부품-완제품 사업이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양새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이익을 반도체와 LCD에서 내고 있다. 이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최대 고객이자 전사적으로는 최대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 계획이나 동향은 다른 사업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전자 내부의 절대 원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사업부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의 사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러한 절대 원칙은 지켜질 가능성이 높다. 한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없는 물건을 남들보다 많이 주거나 정에 못 이겨 깎아주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부품 사업에서 여전히 수익성을 고수하려 한다면 지금의 구조는 잠재적 리스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사업부간 정보를 흘려주진 않더라도 위로도 정보가 올라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최지성(완제품)-이윤우(부품) 체제에서 사실상 최지성 단독 체제로 굳어진 올해를 시작으로 일사분란하게 조직을 통솔하는 전략기획실까지 부활한다면 경쟁사 동향에 보다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흐르고 흐른다면 삼성의 부품이 제아무리 뛰어난들 경쟁사가 삼성 부품을 꺼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인텔처럼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삼성전자가 참여하고 있는 부품 시장에는 대안이 있다.

삼성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그룹 내 계열사를 포함해 삼성전자의 부품-사업부간 통폐합을 이루고 사업 방향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삼성은 하드웨어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으나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향은 다르다. 애플은 직접 만들어 나만 쓰는 방식으로 완제품의 차별화를 이루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내가 만들어서 너도 주고 나도 쓰며 수익을 얻어낸다. 부품 사업의 캐파 증설 계획과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이 밀어낼 수 있는 여력을 어림 짐작하면 삼성이 애플처럼 내가 만들고 나만 쓴다는 전략을 취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은 이러한 잠재적 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10/11/26 14:34 2010/11/26 14:34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40조원이라는 분기 사상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세트 제품의 판매량 감소와 이에 따른 LCD 및 반도체 부품 가격의 하락으로 당초 시장의 전망치(5조원)를 하회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증시에 영향을 미쳤고 일각에선 실망스럽다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4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의 영향을 안받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적잖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보다 대량으로, 보다 저렴한 원가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 값이 떨어져도 물량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삼성 반도체의 기술력이자 경쟁력이요, 힘이다.

1등의 면모를 반도체 사업이 보여줬다면 무선사업부의 부활은 2등 삼성의 기민함을 보여준다. 갤럭시S의 성공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3분기 무선사업부 영업이익은 1조원대로 회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늦긴 했으나 이만큼 빨리 따라갈 수 있는 기업이 세계 어디에 있을까.

사업포트폴리오가 다르기 때문에 LG전자와 직접적인 비교는 쉽지 않지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실적 회복은 이 회사의 조직 문화와 실무 및 경영진들이 평소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여실히 투영해준다.

LG전자는 3분기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4분기를 시작하는 10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3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보다 더 최악일 가능성이 있다. 털고갈 것은 3분기에 다 털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4분기 손실을 3분기에 집어넣는다고 바뀔 것은 없다. 어차피 올해 4분기까지는 좋지 않고 내년은 가봐야 안다.

LG전자는 경기 변동 주기의 특성을 덜 타는 내성을 키우는 것 보다 CEO 변동 주기에 따른 리스크 상황이 왜 오는 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더 힘들지만 2006년 하반기와 너무도 닮아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향후 펼쳐갈 전략이 제대로 들여먹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10/07 16:10 2010/10/07 1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