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주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의 표준 직경을 현재 300mm에서 450mm로 전환하기 위한 업계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450㎜ 웨이퍼는 300㎜ 대비 면적이 2.25배 넓어 웨이퍼 한 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칩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러나 450㎜ 반도체 공장을 꾸미려면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하고, 실제 공장을 운용할 때도 비용 절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 업계의 표준 논의 및 합의가 지지부진했었다.

인텔과 TSMC, 삼성전자(시스템LSI)가 450mm 웨이퍼 전환을 위해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웨이퍼 구경 확대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병행되어야 하고 메모리 칩(다이)의 면적이 마이크로프로세서보다 작은 게 이유일 것이다.

이미 10~20나노급으로 선폭이 좁아졌기 때문에 300mm 웨이퍼에서도 충분한 물량을 뽑아낼 수 있다. 인텔 같은 업체는 웨이퍼 구경을 키워 보다 대량으로 칩을 뽑아낼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는 다르다. 치킨게임이 끝났다곤 하지만 여전히 4개 업체(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가 경쟁 중이다. 이들은 대규모 시설투자 뒤에는 필연적으로 ‘공급과잉’(가격하락)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쇼조 사이토 도시바 부사장은 이런 이유를 들어 지난해 12월 일본 현지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 2012’ 기조연설에서 “(450mm로의 전환을) 가능한 뒤로 미루고 싶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웨이퍼 구경 확대 부정적이다. 박성욱 사장은 “450mm 웨이퍼 공장을 하나 지으려면 투자비가 상당히 들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라며 “200mm에서 300mm로 넘어올 때는 미세공정화와 웨이퍼 직경 크기 확대에 따른 물량 증가라는 두 가지 장점이 있었지만 300mm에서 450mm는 크기 확대만 있어 이점도 그리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위 장표는 쇼조 사이토 부사장의 당시 발표자료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매년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가격 하락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원가를 낮춰야만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파란색 그래프를 보면, 메모리(낸드플래시) 업계는 2012년까지 칩 생산 원가를 그럭저럭 낮춰왔다. 그러나 올해부턴 도전의 시작이다. 빛 파장이 긴 기존 ArF 이머전 노광 장비를 활용해 10나노급 중반대 공정으로 낸드플래시를 만들려면 노광 공정을 여러번 거쳐야 한다. 그 동안은 더블패터닝(2번 노광)을 했지만 16나노 안팎에서는 쿼드러플(3번) 패터닝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공정수가 늘어나면 생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원가상승을 야기한다. 이대로 가면 되레 원가가 높아진다는 것이 도시바의 설명이다. 다음 장표에서 소개되겠지만 다양한 노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면 현상유지가 가능하다(노란색 점선 그래프 참조).

내년 말 혹은 2015년 중으로 첫 450mm 파일럿 라인이 돌아가고 2016년 중반께 양산 라인이 들어선다 하더라도 여전히 생산 원가는 300mm 라인 대비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검정색 점선 그래프 참조). 장비와 재료 가격도 비싸고 웨이퍼 처리 속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300mm 장비 대비 450mm 장비는 1.5배, 웨이퍼 가격은 5배나 비쌀 것으로 예상됐다. 웨이퍼 구경이 커지기 때문에 노광 공정에 걸리는 시간은 50%, 그 외 공정(확산, 식각, 세정, 테스트 등)은 90%나 늘어난다. 생산성 향상 노력을 하더라도 2019년이나 정도 돼야 비로소 300mm 라인의 원가와 동등해진다는 것이 도시바의 설명이다. 물론, 이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

사이토 부사장은 장비 업체들의 도움이 있다면, 450mm 전환 없이도 메모리 원가를 보다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비 개선을 통해 웨이퍼 처리량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일정 부분 장비 가격이 상승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강력하게(빠르게) 웨이퍼 처리량을 끌어올리자는 얘기다(파란색 점선 그래프 참조).


현 상황에서 메모리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 작업은 공정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동화에 힘을 썼다면 이제는 장비 고장 혹은 생산성 저하 원인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하고 예측력을 높여 웨이퍼 처리량을 높일 수 있다고 도시바는 설명했다.


사이토 부사장은 장비 업체들에게 과감한 혁신을 통해 웨이퍼 처리량을 높여달라고 부탁(?)했다. 평균고장간격(MTBF)은 720시간 이상으로, 예기치 않은 속도 저하 현상은 1% 이하로 낮춰달라는 구체적 요구까지 했다. 장비 가격은 상승하겠지만, 부품 표준화 등으로 이를 억제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인텔의 450mm 전환 의지와 도시바 등 메모리 업체들의 요구를 보면, 장비 업체들은 대응 전략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 인텔, TSMC, 삼성전자(시스템LSI) 등이 향후 시설투자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업체들이지만 메모리 역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중요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의 대응도 재미있다. 먼저 치고 나가기도,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450mm 전환에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삼성 반도체가 450mm 전환에 대한 사안에서 똑똑한 1.5등 전략을 펼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2013/05/12 11:08 2013/05/12 11:08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지난 1월 2013 인터내셔널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내가 쓰는 애플 노트북을 보곤 대수롭지 않다는 듯 “TV는 삼성 제품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의외였다. 2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반응은 달랐다.

당시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현 삼성미래전략실장)은 “왜 삼성 노트북을 쓰지 않느냐, 우리 시리즈9도 상당히 좋은 제품이다, 꼭 써보라”고 말했었다.

최 부회장이 ‘우리 노트북 써보라’고 진지하게 얘기했던 이유는 그가 완제품 사업을 총괄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윤 사장이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던 이유를 유추해보면 ‘내것’이 아니었기 때문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트북 사업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종균 정보통신 모바일(IM) 부문 사장의 것이다.

2011년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하자 TV 사업을 관장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한 임원은 “IFA는 전통적인 가전전시회인데 갤럭시 노트에 가려 ‘우리 제품’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사내 경쟁을 유도해 최대 실적을 내는 독립채산제는 내것과 네것을 따지게 되는 이러한 부작용이 분명 존재한다.

윤부근과 신종균, 신종균과 윤부근

삼성전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 사이에선 지난해부터 TV의 윤부근 사장과 휴대폰의 신종균 사장 중 누가 먼저 부회장에 승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심치 않게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신종균 우세론’을 펼치는 이들은 실적을 얘기한다. 삼성이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를 실행해왔던 점을 미뤄 전사 이익의 70%를 책임진 신종균 사장이 먼저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곧 윤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PC 및 프린터 사업을 이끌어왔던 남성우 전 부사장은 올해 인사 및 조직개편에 앞서 최지성 부회장에게 “차라리 CE 부문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린터는 윤 사장이 이끄는 CE부문으로, PC는 신종균 사장의 IM부문으로 찢어졌다. 삼성전자의 PC 사업은 신종균 사장과 경영 코드가 일치하는 이돈주 사장이 맡았다.

남 전 부사장은 신종균 사장의 입사 선배라고 한다. 직원 시절 한 때 남 전 부사장이 사수, 신 사장이 부사수로 일하기도 했다.

‘윤부근 우세론’을 펼치는 이들은 윤 사장이 ‘업의 한계’를 넘어 상대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들며 윤에게 IM을, 신에게 CE를 맡겨봐야 한다는 주장을하곤 했다. 

성장 기회가 있는 B2B 프린터 사업과 의료기기사업부를 CE 밑으로 보낸 것은 사업군의 성격을 고려했겠지만 배분 차원이 강했다는 분석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5일 기존 권오현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복수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한 것은 대표이사로서의 권한과 사업에 대한 책임을 일치시켜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모든 완제품이 하나로 엮이는 최근 시장 상황에 이 같은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휴대폰과 TV가 하나로 묶일 수 있는 ‘플랫폼’ 단위의 사업은 따로 놀거나 상호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TV는 전 세계 통신사업자들과 연계해서 판매하면 시장이 확 키울 수도 있다. 통신사업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신종균 사장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것이 가능해야 한다. 개발자 생태계도 공유해야 함이 바람직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회사 고유의 생태계를 통합하고 범사업부 차원의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이코시스템 인티그레이션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사업부간 벽을 깨고 광범위한 협력을 수행할 것이라고 한다. 두 사업부문간 협력이 얼마나 이뤄질 지 자세히 지켜봐야 할 듯 싶다.
2013/03/15 16:31 2013/03/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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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소비자가전쇼(CES), 2월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9월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 세계 3대 전자 IT 전시회입니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MWC 전시회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CES는 그 해 기술 업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전시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IFA는 신기술,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라기 보단 유럽 고객(유통사)을 대상으로 한 ‘연말 영업용’ 전시회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2013년에도 어김없이 CES가 열립니다.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입니다. 올해 CES에는 전 세계 48개 국가에서 3000개 이상의 기술 업체들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오디오와 비디오, 자동차, 전자, 디지털이미징 등 15개 분류에서 2만개가 넘는 신제품, 신기술을 출품된다고 합니다. 전시 외에도 300여개의 기술 포럼이 열리고 이들 포럼에 참여하는 연사가 8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CES 기간 동안 흘러나온 정보와 통찰력을 모두 흡수하려면 몸이 100개라도 모자랄 겁니다.

매년 CES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모여드는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수천명(삼성전자 프레스컨퍼런스에는 취재진만 1500~2000명 가까이 들어옵니다)에 이르는데 대부분 몇몇 글로벌 업체에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정작 안방에 앉아 있는 분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CES 전시를 주최하는 전미가전협회(CEA)는 올해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되도록 많은 정보가 다양한 통로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참고로 CES 참관비는 100달러, 현장 구매는 무려 200달러입니다).

CES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주소는 facebook.com/InternationalCES입니다. 트위터와 모바일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 피드 주소는 @IntlCES입니다. 구글 플러스 주소는 plus.google.com/+InternationalCES/posts입니다. 트위터와 구글 플러스에서 올해 CES 정보를 찾아보려면 해시태그(#2013CES)를 이용하면 됩니다. CEA는 이들 SNS를 통해 CES 행사 기간 내내 전시 사진과 동영상,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CES 공식 블로그(blog.ce.org), 유튜브(www.youtube.com/user/cesonthetube), 플리커(www.flickr.com/photos/internationalces/) 채널도 참조하면 좋을 듯 싶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 방문해 CES를 직접 참관한다면 공식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사진>을 다운로드받길 추천합니다. 각종 행사 정보와 현지 지도, 뉴스, 스케쥴링 기능이 제공됩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2013 CES’로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도 올해 어김없이 CES 현장 취재에 나섭니다. <디지털데일리> 기자들이 전하는 현장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 facebook.com/ditaldaily 볼 수 있습니다.
2013/01/06 13:05 2013/01/06 13:05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전무이사 출신인 신용인 박사가 낸 ‘삼성과 인텔’(2009년 출간)이라는 책을 즐겁게 읽었다. 랜덤하우스코리아가 낸 340페이지짜리 책인데 반도체 산업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인사이트가 농축돼 있다. 신 박사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기기 전 인텔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 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삼성전자와 인텔의 기업 철학 비교, 성공과 실패 사례, 현재의 딜레마 및 미래 성장 전략을 이 책에 풀어냈다. 기업혁신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위대한 회사들이 직면한 새로운 위협과 기회를 한 권에 책에 담아냈다는 점이 나를 매우 기쁘게 했다”라고 이 책을 호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나 인텔에 입사하길 원하는 대학생, 혹은 반도체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 는 그 동안 삼성과 관련된 다수의 책을 읽었는데 고위직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펴낸 책을 읽을 때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알 수 있어 좋다. 처음 이 책을 펴고 4시간을 내리 읽어가면서 뽑아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비화 9가지를 소개한다.

#1
1983 년 이병철 선대 삼성 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주변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한국의 작은 내수 시장, 빈약한 관련 산업과 간접 자본, 삼성의 낮은 기술력과 규모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는 D램이, 2000년대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가 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텔에 이은 세계 반도체 시장 2위 업체다.

#2
삼성이 기흥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던 초창기 시절 일이다. 경부고속도로 기흥 IC에서 공장까지 도로 포장이 안돼있던 탓에 수십억달러짜리 고급 반도체 장비 운송에 문제가 생겼다. 삼성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를 한나절 만에 포장했다고 한다. 김광호, 이윤우 전 부회장, 김재욱 전 사장, 조수인 현 사장, 류병렬 전 부사장과 같은 주역들은 당시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3
1986 년 미국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D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소송에 져 그해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8500만달러를 배상금으로 물어냈다. 삼성전자가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도 이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TI는 한국, 일본, 대만의 메모리 업체들로부터 10억달러가 넘는 특허 로열티를 받아 챙겼다. 재정 위기를 로열티로 극복한 TI는 특허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독립 부서를 창설했는데, 이는 특허로 돈을 뜯어내는 ‘특허괴물’의 시초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D램을 최초 개발한 인텔은 같은 기간 1억달러도 안 되는 특허 수입을 올렸다.

#4
1987 년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사망한 후 삼성 그룹의 몇몇 사장들이 당시 신임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고 한다. 그 다음해인 1988년에는 그 동안 삼성반도체에 투자했던 돈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서 벌어들였다.

#5
삼 성 반도체는 1983년 미국 아이다호 주에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64K D램 설계 및 제조기술을 이전받는 계약을 맺는다. 당시 이윤우 연구소장을 비롯한 몇몇 삼성 엔지니어들이 현지에서 어렵게 64K D램 기술을 배웠다. 동행했던 당시 조수인 과장(현 사장)은 방문자 명단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해 회사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모텔에 묵으면서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마이크론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64K D램을 생산하는 것은 삼성 반도체의 사활이 달린 중요한 과제였다. 결과적으로 이윤우 연구소장을 중심으로 10개월간의 노력 끝에 생산에 성공했다. 한국의 64K D램 생산 성공은 미국과 일본의 뒤를 잇는 것이었다. 1992년 삼성전자는 당시 진대제 이사의 주도 하에 독자 기술로 64M D램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 약 9년 만에 미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게 된다.

#6
1990년대 플래시메모리의 주류는 노어플래시였다. 낸드플래시는 시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1990년대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을 담당했던 당시 임형규 이사는 시장에서 각광받던 노어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기 위해 인텔, AMD와 같은 회사에 제2공급자(생산 대행과 같은 뜻,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업계에선 통용된다) 역할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삼성은 ‘꿩 대신 닭’과 같은 심정으로 도시바를 찾는다. 낸드플래시 기술을 갖고 있던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제2공급자 지위를 허락했고, 삼성전자는 이 일을 계기로 낸드플래시 시장에 발을 담그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애플이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낸드플래시는 전성기를 맞는다. 신윤승 당시 부사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이었던 황창규 사장의 발 빠른 투자 전략으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7
1990 년대 중반 진대제 당시 사장은 미국 DEC와 계약을 맺고 알파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제2공급자가 됐다. 삼성전자는 보스턴 주위에 본부를 두고 수십 명의 엔지니어를 급파해 알파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런데 2000년대 초 DEC가 망하면서 삼성전자의 알파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도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러한 경험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생산 및 조립, 테스트 같은 엔지니어링 능력을 배우게 됐다.


당시 삼성전자 내부에선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텔의 경쟁사인 AMD를 인수합병(M&A)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인텔과 마찰이 빚어지면 100억달러 규모의 D램 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로 이 같은 목소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x86 마이크로프로세서로 PC 생태계를 꽉 쥐고 있는 인텔은 사실상 D램 표준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었다. 앞서 진대제 사장은 인텔 앤디 그로브 사장에게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제2공급자가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앤디 그로브 사장은 “우리 기술을 훔쳐갈 심산이냐”며 그 자리에서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8
D램은 경쟁이 심해 다른 반도체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빨리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생산과 출하량이 늘더라도 전체 매출액은 제자리걸음을 할 때가 많다. 199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등 D램 회사들이 가격을 담합했다 해서 5명의 삼성 반도체 임원들이 200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 감옥에서 형을 치르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9
지금의 삼성 반도체를 만든 인물은 다음과 같다. 김광호 전 부회장은 1980년대 삼성에서 반도체 사업을 맡아 키운 장본인이다. 이윤우 전 부회장은 64K D램 개발 등 삼성 반도체의 산 역사다. 진대제 전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삼성을 떠났지만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큰 공로를 세웠다. 이건희 회장이 만명을 먹여 살리는 리더라도 칭할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임형규 전 사장(현 고문)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를 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MIT 공학박사 출신인 황창규 전 사장은 낸드플래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메모리 용량이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황의법칙’을 만들어냈다. 권오현 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 사업을 1등으로 키워냈고 현재 삼성전자의 부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앞서 언급된 조수인 사장은 메모리사업부장,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을 역임한 뒤 올 연말부터 삼성전자 의료사업부장이라는 중책을 맞게 됐다. 전동수 현 메모리사업부장과 우남성 시스템LSI 사업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해당 업계의 ‘구루’들이다.

2012/12/26 09:21 2012/12/26 09:21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이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AP와 2G 3G 4G 통신칩(베이스밴드, BB)을 하나로 합친 통합칩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이 통합돼 있으면 제품 설계가 보다 용이하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통합칩을 선호한다. 삼성전자의 독자 모바일AP인 엑시노스 라인업에는 이러한 통합칩이 없다. 현재 삼성전자의 AP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대부분 가져다 쓰고 있는데, 외연 확대를 위해서는 통합칩 개발이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단행한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시스템LSI 사업부에 M&C(Modem & Connecivity)사업팀을 새로 만들었다. 이 사업팀은 시스템온칩(SoC) 개발실장을 맡았던 황승호 부사장이 이끌게 됐다. 사업팀 이름과 사업팀장의 약력, 그리고 통합칩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근 시류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도 통합칩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추정을 쉽게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관련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LTE 통신칩은 상용화에 성공했고, 영국 CSR의 모바일 부문 인수로 무선랜, 블루투스, GPS 기술 및 특허도 확보해 둔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통합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두 가지 숙제가 있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우선 통신칩 기술은 시스템LSI 사업부의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만드는 무선사업부의 것이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AP와 통신칩을 하나로 합친 통합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선사업부로부터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아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로 철저한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LSI 사업부가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지 않는다면 통합칩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선사업부의 신종균 사장이 이를 순순히 내줄 지는 미지수다. 갤럭시 카메라의 사례에서 보듯 무선사업부는 IT 제품의 ‘통신화’를 꾀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턴 노트북 사업도 무선사업부가 관장한다. 갤럭시 카메라에 통신 기능을 심고 통신사를 통해 판매하듯 노트북도 그러한 방향으로 사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상황이 이런데 무선사업부가 통신칩 사업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넘겨줄 수 있을까.

풀어야 할 숙제는 또 있다. LTE 통신칩 사업을 이관 받는다고 하더라도 통합칩에 2G, 3G 하위 호환성을 확보하고 이를 해외에 내다팔기 위해서는 퀄컴과의 계약 내용도 뜯어고쳐야 한다. 퀄컴과 삼성전자가 맺은 통신 특허 계약에는 “자사(삼성전자) 제품에 사용하는 이외의 목적으로 퀄컴 특허를 사용한 모뎀칩을 개발하거나 외주 생산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문항이 있기 때문이다.

퀄컴은 대만 미디어텍과의 통신 특허 계약에선 이례적으로 이러한 문항을 없앴다. 대신 미디어텍이 언제, 어디로, 어느 정도의 물량을 공급했는지 등 공급망 정보를 모두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 했던 퀄컴이 해당 지역의 복잡한 공급망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디어텍과 이러한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특허를 내주고 영업 정보 같은 것을 통째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텍은 대부분의 중국 휴대폰 업체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통신 특허를 득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을 해외에 내다파는 대신 무엇을 내줄 수 있을까.

2012/12/26 09:19 2012/12/26 09:19
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 공석 유지, 홍보 라인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1년 사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 인사를 지속 단행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사장단 인사도 그러한 관점에서 진행됐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 승진은 현 시점에선 다소 ‘파격’이라는 견해도 일부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센데다 재벌에 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승진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삼성전자는 물론 계열사 사업을 상당 부분을 챙기고 있던 터라 타이틀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해석도 나왔었다.

이번 승진 인사를 보면 경영권 승계 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부회장을 건너뛰고 회장이 될 수는 없다. 이건희 회장 사례를 보면,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빠른 것도 아니다. 이 회장은 36세에 삼성물산 부회장, 37세에 삼성그룹 부회장에 올라 45세에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했었다. 이재용 사장의 올해 나이 45세다. 물론 70년대 삼성과 지금의 삼성은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긴 하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승진 이유에 대해 경쟁사(애플 등)와의 경쟁과 협력관계를 조정하고 COO로 삼성전자의 경영 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COO의 역할 자체가 숫자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서 그의 정확한 경영 공과(功過)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긴 하다. 이런 견해가 있다고 해서 그가 위험 부담을 가지고 특정 사업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을 공석으로 유지하는 점도 눈여겨 볼 사안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권오현 부품(DS)총괄 부회장이 맡고 있는데 사실상 DMC 부문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DMC 부문에는 소비자가전(CE)을 담당하는 윤부근 사장, IT‧모바일(IM)을 담당하는 신종균 사장,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윤주화 사장이 있다. 윤주화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주화 사장 자리에는 미래전략실 이상훈 전략1팀장 사장이 내정됐고, 이상훈 사장 자리에는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김종중 사장이 내정됐다.

DMC 부문장이 공석이 된 이유는 지난 6월 최지성 부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부임은 삼성전자 사장단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삼성의 한 사장은 사석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최 부회장 시대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률은 최고 수준”이라며 “앞으로 4~5년은 더 삼성전자를 이끌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장직을 맡으면서도 사실상 DMC부문장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부임한 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보고 자리에는 최 부회장이 항상 배석을 한다. 최 부회장은 심지어 일부 전략 제품, 전략 지역의 출하량 보고까지 직접 받고 필요한 사안을 지시한다.

말하자면 최 부회장은 일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인데, 재계에선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장 부임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사장의 후견인을 만들어준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었다. 이른바 ‘이재용 친정 체제’를 구상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라는 것.

이재용 친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 부회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한 일은 삼성전자의 혁신 프로세스와 IT시스템을 계열사로 이식하는 일류화 프로젝트 진행이다. 일류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그룹 중앙에선 시시각각 변하는 계열사의 경영 지표를 한눈에 훤히 볼 수 있게 된다. 2014년 이 프로젝트가 완료된다고 하는데 이후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권오현 부회장 이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을 전문경영인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보라인 강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날 인사에서 삼성은 이인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에서 홍보맨이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사장 직급으로 홍보 업무를 계속 보게 된 것은 최초다. 삼성 최초의 홍보맨 출신 사장이었던 이순동 한국광고협회장은 사장을 달면서 보좌역으로 이동했었다. 이번 인사로 삼성 홍보 라인의 입지는 보다 강화됐고, 효과적으로 위기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스마트폰의 성공에 따라 무선사업부 부사장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원표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을 맡게 됐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 사업부장 사장을 대신해 김기남 종합기술원장 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및 OLED 사업부장을 맡은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술자로 삼성 펠로우, IEEE 펠로우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현재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OLED TV,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술 난제를 풀기 위해 김 사장을 투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LCD 사업 대비 규모가 3분의 1 수준으로 작은 OLED 사업부장을 대표이사로 앉힌 것은 LCD 사업의 위상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2012/12/05 15:37 2012/12/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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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2 03:47 2012/12/02 03:47
지난 5일 삼성전자는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영업이익 8조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기도 하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가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관장하는 IM(IT 모바일) 부문에서 5조원대 중후반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 노트2 등 신형 스마트폰 출시 효과로 4분기에도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무선사업부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들은 위기감이 적지 않다. 유럽의 장기 불황 등으로 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안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혁신 제품의 부재, 성숙될 대로 성숙돼 더 이상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업의 한계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실적 신기록 행진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무선사업부 실적을 걷어내보면 삼성전자도 위기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3분기 삼성전자의 IM 부문에서만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부문 내에 포함된 PC와 카메라 사업은 성장통 혹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노버, 애플 등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던 삼성전자의 PC 사업은 올해 들어 양적 성장을 지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미 삼성전자 PC 사업부는 올해 출하량 예측치를 100만대 낮춘 18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평균 보다는 높게 성장하는 것이지만, 지난 2~3년간 구가해온 초고성장의 기세는 올해부터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메라 사업은 박상진 과거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사장(현 삼성SDI 사장)이 2012년 매출 5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올해 그 절반을 넘어서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만큼 성장이 더디다는 뜻이다. 가전과 프린터 사업은 올해 들어 프리미엄 라인업(대용량 제품군, A3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들 사업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이 전사 실적에 큰 보탬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TV 사업은 올해도 1위가 확실시되고 있다. 7년 연속 세계 1위는 대기록이지만 이익 규모를 늘리기가 힘든 ‘업의 한계’는 부담이다. 2009년 발광다이오드(LED) TV로 영업이익률을 대폭 확대한 것처럼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출해야 한다는 1위의 부담감이 사업부를 짓누르고 있다. 모니터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액정표시장치(LCD)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다루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은 원가절감,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의 포트폴리오 개선,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따른 소형 AM OLED의 출하량 확대로 이익이 개선되고 있다. 다만 고해상도, 대형화, 휘어지는 AM OLED의 개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잠재적 위기 요인이다. LCD의 경우 더 이상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AM OLED의 기술 진보는 하루 빨리 이뤄져야 신시장 창출이 가능하고 후발 업체와 격차도 벌릴 수 있다.

TV 사업을 맡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OLED TV의 출시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도 대면적 AM OLED 패널 생산에서 좀처럼 수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트루 풀HD 스마트폰 경쟁이 벌어질 텐데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AM OLED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여전히 경쟁사 제품 대비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경쟁사들 모두 적자를 내고 있어 상당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높다. 우선 28나노 D램 공정 전환이 더뎌 해당 사업에서 이익률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미 상반기 삼성전자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생산 장비(노광)의 기술 진보가 늦어 10나노대로 미세공정 전환이 어렵고(D램은 20나노), 전환을 하더라도 생산성 향상 효과는 과거처럼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차세대 제품이 나오기 전인 향후 2~3년 동안 어떻게 원가를 절감하고 이익을 확보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익 확보를 위해 애플에 공급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 비중을 줄였다곤 하나 공백을 메울 새로운 고객이 없다는 점은 큰 위험 요인이다.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연간 8~10조원의 부품을 사가는 큰손인데 이만한 큰손은 현재 세계 어디에도 없다. 삼성의 부품 사업부는 세트 부문 경쟁자인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다시금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삼성전자는 남들이 적자일 때 이익을 내고, 이익을 내더라도 더 내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을 제외한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경기 불안과 업의 한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혁신 제품 및 사업 모델을 더 많이 개발하고 발굴해야 한다.
2012/10/08 15:38 2012/10/08 15:38
기사 : 삼성 ‘반도체’ 중국 간다‥각종 우려에 촉각(MBC)

4일 MBC 등 방송은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최신 공법은 1년에서 1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적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대부분의 방송에서 나온 삼성 중국 반도체 공장 보도에는 모두 이 같은 ‘시차’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방송 기자들이 말한 최신 공법이란 ‘미세 공정’을 의미한다.

1 년에서 1년 6개월의 시차라면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뒤쳐진 미세 공정 기술을 중국 공장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미세 공정이 한 세대 뒤쳐지면 원가 차이가 40%나 나게 되는데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기술 유출에 관한 우려가 커지니 누구도 믿지 못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하는 정치적 이유야 물론 있겠지만 이 같은 손해를 감수하겠냐는 것이다.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용하고 있는 하이닉스도 공정 업그레이드를 거의 동일한 시기에 진행한다. 한국에서 38나노 D램을 양산하면 중국에서도 38나노를 찍는다. 시차는 기껏해야 3개월 정도다.


지 식경제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낸드플래시 공장에 10나노대의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10나노대는 회로 선폭이 좁아질 대로 좁아져 공정 업그레이드가 4세대(ex 18나노, 16나노, 13나노, 11나노)에 걸쳐 느릿하게 진행된다.


삼성전자의 로드맵대로라면 올 하반기 18나노(안팎) 공정으로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고 내년에는 16나노(안팎)로 넘어갈 것이다. 16나노를 개발해놓고 중국 공장에는 손해를 감수하며 18나노 혹은 21나노를 적용할 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


삼성전자가 기술 유출에 관한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면 차라리 공장 설립 시 중국 지방정부 등과 합작 투자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했어야 했다.
2012/01/06 09:52 2012/01/06 09:52

LG전자 생산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나와 만나 BJ쿠가 CEO로 와서 살맛이 난다고 했다. 전임 CEO는 마케팅만 챙기고 생산 및 제조는 등한시했었는데 BJ쿠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LG전자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유상증자로 끌어모은 자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세부내역을 공개한 걸 보고선 불현듯 그의 발언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휴대폰 사업 경쟁력 강화에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나는 LG전자가 생산기술원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발표에 관심이 갔다.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LG전자고 삼성전자다. 본업을 버리면 제조업체는 더 이상 제조업체가 아니게 된다. 제조업 하던 업체가 제조업을 버리고 소프트웨어와 마케팅으로 이를 본업으로 삼는 기업과 싸워 이길 것이란 생각은 허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BJ쿠는 LG전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일관된 정책으로 이끌고 있다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선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항공모함은 돛단배처럼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없다 했는데, 어쩌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바로 항공모함을 돛단배처럼 모는 일일 것이다. LG전자가 지금의 팬택 마냥 스마트폰을 냈다면 실적 개선은 더 빨라졌을 지도 모른다.

권희원 부사장은 고려대 강연에서 "시장이 형성된 이후 뒤따라 들어가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효율적인 경영 전략"이라 했는데 지금 LG전자를 제대로 표현했다. 머뭇거리다 잃는 것이 너무 많다. 내 기술은 초라하고 남의 기술은 뭔가 있는 것처럼 보는 콤플렉스는 버릴 때가 됐다.

정말 독해졌는지 뒤돌아볼 시기도 됐다. 삼성전자의 인사 정책을 보면 진정한 독함이란 무엇인 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출신 LG전자 직원들과 만나며 조직이 사람을 바꾼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사람이다. 본업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면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2011/11/22 23:52 2011/11/22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