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노트북 직접 만져보니









이른바 ‘100달러 노트북’알려진 XO를 보고 왔습니다. 콘셉트를 잡기 시작했던 때부터 계속 100달러 노트북이라 불러서 그런지 제조 원가가 188달러인데도 불구하고 100달러 노트북이라는 말을 끊을 수가 없네요. 사실 이걸 보러 간 건 아니었는데 중간에 어찌어찌해서 제품이 나온 까닭에 몇 컷 찍어봤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XO는 개발도상국 어린이 한 명에게 노트북 한 대를 지급하자는 OLPC(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OLPC는 재단 이름이기도 하죠. 미국 매사추세스공과대학(MIT) 교수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장난감처럼 생긴 겉모습과는 다르게 들어보니 묵직하더군요. 무게가 1.5kg 정도 되니까요. 사양을 대충 살펴보자면 이렇습니다. CPU는 AMD의 지오드 LX700(433MHz)를 달아놨습니다. 메모리는 256MB, 하드디스크는 없고 플래시메모리 1GB가 내장됩니다. 또한 1200×900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7.5인치 액정, 30만 화소 카메라, 802.11b/g 무선랜, 리눅스 운영체제가 적용됩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비스타 깔린 HP 노트북과 비교하면 사양이나 가격적인 면에서 한참은 떨어집니다. 사실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노트북을 만지면서 든 생각은 신기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말랑말랑한 키보드는 비교적 큰 손을 가진 저에게는 잘 맞지 않았습니다. 만약 구입한다면 소장용으로 의미는 있겠지만 어따 쓸 지는 고민을 해봐야 되겠더군요. 그래도 가벼운 운영체제를 적용한 덕인지 구동되는 각 소프트웨어의 속도는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누가 물었습니다. “이 정도 스펙으로 교육을 할 수는 있겠냐”고요. 그는 “스펙을 자꾸 말하는데 나는 최고 이상의 스펙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여러분 노트북에는 없는 기능도 XO는 지원한다”고 답변하더군요. 네그로폰테 교수는 매쉬(Mesh) 네트워크, 태양 빛을 읽어낼 수 있는 판독 기능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태양 빛을 읽어낼 수 있는 판독 기능은 자가 발전을 위한 기술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쉬 네트워크(802.11s)는 예를 들자면 이런 것입니다. 한 방에 10명의 XO 사용자가 있다면 10GB의 하드디스크를(XO의 플래시메모리 용량이 1GB니까), 20명이 있다면 20GB의 용량을 다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뭐 그런 겁니다. XO가 충분히 보급되면 일반 통신망을 대체하는 VoIP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답니다. 무선 메쉬 네트워크 규격인 IEEE 802.11s를 실제로 적용시킨 최초의 사례가 이 ‘100달러 노트북’이라더군요.
물론 최초라고 그래서 기업이 자사 기술의 뛰어남을 ‘과시’하는 그런 성격이 아닙니다. 통신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야말로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꼭 필요해서 넣은 기술이라는 것이죠.
아무리 빠른 최신 스펙으로 가득 채우면 뭐합니까. 뚱뚱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면 체감 속도에는 그리 차이가 없어요. 차라리 뺄 건 빼고 값은 현실적으로 맞춘 것이 바로 이 100달러 노트북입니다. 그래서 그는 향후에도 이 100달러 노트북의 스펙을 높일 생각은 없답니다. 기능보단 가격을 떨어뜨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모두가 휴대폰을 가지고 좋은 자동차를 소유하는 그러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 자고, 입을 것을 걱정하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을 제공하자는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을 듣고 저는 그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건 직접 오랜 기간 써보고 리뷰를 했어도 별 5개를 줬겠지만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이 무조건 별 5개를 줘도 상관 없을 것 같네요.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성능 내는 제품이 또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