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 언론매체는 “삼성의 고위 임원이 18일 저녁 몇 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김정일 사망설이 있는데 그쪽 분위기는 어떤가’라고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일본도 몰랐던 사실을 삼성이 하루 일찍 알았다는 것인데 이 같은 보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일파만파 확산됐다. 삼성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적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온라인에선 여전히 ‘삼성의 김정일 사망 사전 인지설’이 회자된다.

삼성의 정보 수집 인프라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신원동 한국인재전략연구원 대표가 2007년에 쓴 <삼성의 인재경영>이란 책에는 삼성의 지역전문가제도와 이를 통한 막강한 정보 수집 능력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이 책에는 “삼성의 정보 인프라는 미국연방수사국(FBI)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하다”고 쓰여 있다.

신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연수과장, 인사과장, 인사부장을 역임했다. 18년간 실무 인사를 담당하며 축적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삼성의 지역전문가제도는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 가운데 인사 평가가 우수하고 국제화 마인드를 가진 핵심 인물을 선발, 1년씩 해외에 내보내는 일종의 ‘자유방임형’ 해외연수제도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시작됐다.

지역전문가가 해야 될 일은 파견된 나라의 문화나 지역 특성을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면서 휴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일단 파견되면 1년 동안은 한국에 귀국할 수 없다. 미혼 직원들만이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기혼자들에게도 파견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체득한 내용을 자유로운 형식의 보고서로 작성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지역전문가들이 활동하면서 만들어낸 전 세계의 살아있는 자료가 무려 8만건을 넘는다고 한다. 60개국 700여개 도시의 생생한 정보와 인적이 드문 골목길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 자료도 11만여 건이나 쌓여있다.

이 책의 초판 발행일이 2007년 1월 5일이었으니 2011년의 끝자락인 현재는 자료의 양이 훨씬 더 늘어났을 것으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지역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끈끈한 휴먼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삼성 내 한 지역전문가의 설명이다. 이러한 정보 인프라와 휴먼 네트워크는 사업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들인 돈도 상당하다. 지역전문가 한 명에게 1년 동안 투자되는 비용은 대략 1억원 안팎.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4년간 60개국 700여개 도시에 280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으니 그간 지역전문가제도를 위해 들인 돈이 대략 3000억원에 달한다고 신 대표는 썼다.

꼭 지역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참신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를 윗선에 보고하는 것은 삼성 임직원들의 주요 업무 활동이다.

논란을 낳은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삼성의 모든 임원은 의무적으로 정보보고를 한다며 누구와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 지를 서류에 적어 제출했다고 쓰여 있다.

최근 삼성 계열사들이 모여 실시한 내부 행사가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돼 그룹 전체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다. 삼성은 즉각 계열사의 한 직원이 SNS에 올려놓은 글을 토대로 기사가 작성됐음을 파악했고, 해당 계열사 사장에게 이 내용이 보고됐다고 한다.

삼성은 SNS 데이터 수집 및 분석 툴로 삼성에 대해 누가 언제 어떤 이야기를 왜 하는 지 체크한다. SNS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빅 마우스’가 누구인 지도 알고 있다. SNS를 통해 악성 루머가 퍼졌다면 이를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 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개 정보의 중요성을 아는 이들이 정보 보안에도 강하다.

삼성전자 사무실에 들어서기 위해 보안 카드를 찍으면 중앙 관제 센터는 이를 알아채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을 자동으로 막는다. 문서는 개인 PC에 보관할 수 없고 오로지 중앙 서버에만 저장이 가능하다.

이 같은 모바일디바이스매니지먼트(MDM)와 문서중앙화 시스템은 이미 국내외 여러 대기업에 도입돼 있지만 삼성은 비교적 일찍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다.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프린터 출력물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센서가 내장된 출력 용지를 사용한다. 이 종이를 들고 출입게이트를 통과하면 경고음이 울린다. 출력물을 통한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도 막은 것이다. 이 용지는 일반 용지보다 가격이 10배나 비싸다. 삼성전자가 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이닉스도 같은 솔루션을 사업장에 배치했다.

공장의 라인 배치 등 생산 부문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독자 생산관리시스템(MES 혹은 MOS) 적용하고 있는 것도 최근 삼성전자가 하고 있는 일이다.

남의 회사 솔루션을 쓰면 외부 인력이 공장에 들어와서 생산 현황과 라인 배치를 모두 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체 개발을 진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추후 모든 반도체와 LCD 공장에 독자 MES 시스템을 적용하고 세트 부문의 공장에도 이를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MES 솔루션 업체인 미라콤을 인수했는데 이 회사의 솔루션을 적용했던 LG 계열사와 하이닉스 등은 공정 정보가 삼성으로 다 흘러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 유지보수 재계약 연장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SDS로 흘러들어간 미라콤 인력들은 삼성전자의 자체 MES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위와 같이 몇 개의 조각난 사실 만으로도 삼성의 정보 수집 능력은 대단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이 김정일의 사망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설이 나오는 것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2011/12/22 10:04 2011/12/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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