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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시장은 이미 양강 체제로 재편이 이뤄졌다. 우후죽순 생겨났던 내비게이션 업체 대부분은 퇴출됐고 핵심인 전자지도와 하드웨어 제조 능력을 모두 가진 팅크웨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적자를 거듭하던 파인디지털은 꿋꿋하게 버텼고 기술력을 갈고 닦아 올해 흑자 전환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따먹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급하게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기존 소비자 가전제품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내비게이션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탭을 한 달 가량 써보니 태블릿을 가졌다면 굳이 내비게이션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위 업체 팅크웨어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갤럭시 탭에 3D 내비게이션 전자지도 아이나비 3D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혹자는 고개를 갸웃한다. 갤럭시 탭에 내비게이션의 핵심인 전자지도를 제공하면 당장은 자사 내비게이션 제품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인디지털처럼 시장이 개화하면 그 때 들어올 수도 있었을 텐데 다소 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보면 빠른 것도 아니다. 팅크웨어는 사실 급하다. 위기라는 인식도 있다.

갤럭시 탭에는 두 종류의 내비게이션 전자지도가 탑재되어 있다. 하나는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3D. 또 하나는 SK텔레콤의 T맵이다. T맵은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3D와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열세다. 포함된 데이터베이스의 양이나 시인성, 사용자 환경(UI) 등 나은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노들길에서 여의도로, 혹은 영등포로 빠질 때 T맵을 쓰다 길을 잘 못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나비 3D를 쓰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처럼 방대하고 정교한 3D 데이터를 또 어떤 업체가 구축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T맵을 쓰는 이유는 있다. 길 안내 스킬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꽉 막힌 길을 피해 빠른 길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가치를 인정해 T맵만 고집하는 골수 마니아가 상당히 많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3D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먼 길 갈 때나 통행량이 많지 않은 밤 시간을 제외하면 T맵을 더 자주 찾게 된다. 팅크웨어는, 이러한 아이나비 전자지도가 현재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내가 만든 전자지도를 나만 쓰며 이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던 팅크웨어가 단기적으로는 주력 제품의 잠식을 용인하면서 갤럭시 탭에 아이나비를 공급키로 한 데에는 이러한 갭을 재빨리 줄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갤럭시 탭은 테스트베드(시험대)다. 팅크웨어는 자체 플랫폼 ‘티콘’을 활용해 전국 도로 상황을 데이터로 받아 이를 안내 경로에 포함하는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초면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팅크웨어가 소프트웨어 제공 사업으로 돌아서고자 했다면 유료든 무료든 아이나비 전자지도를 앱스토어에 올려놨을 텐데 현재 그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팅크웨어라고 태블릿 사업을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팅크웨어가 태블릿을 생산하고 그 위에 킬러 앱인 아이나비 3D를 경쟁력으로 얹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0/12/21 10:00 2010/1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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