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 삼성전자가 인텔렉추얼벤처스와 광범위한 특허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실제 계약은 지난 12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렉추얼벤처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에드워드 정이 인텔 등과 함께 지난 2000년 공동으로 설립한 특허 라이센싱 업체다.

이 업체는 기술 분야에서 3만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특허 그 자체로 돈을 벌어들인다. 사람들은 이러한 업체를 특허 괴물이라고 부른다. 이들 특허 괴물은 공동 펀드를 조성해 대학 등에 기술 연구를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 특허권을 소유한다. 이미 나와 있는 특허 그 자체를 구입하기도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3만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떤 기업에든 걸면 무엇이든 다 걸 수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에 경고장을 보냈다. 우리 특허를 침해하고 있으니 돈이 됐든 공동 펀드에 참여하든 책임을 지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 삼성전자의 발표에서 양사간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명기되지 않았으나 뭐든 내주고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특허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볼 수 있으나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특허만으로 먹고 사는 업체(NPE)들이 호시탐탐 국내 기업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분쟁정보사이트 페이턴트프리덤에 따르면 이들 NPE들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제기한 특허 소송은 각각 48건, 39건이다. 순위로 따지면 삼성전자는 HP와 함께 공동 5위, LG전자는 11위다(1위는 애플, 2위는 소니, 3위는 델, 4위는 마이크로소프트다).

삼성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특허 때문에 몸살을 앓아왔다. 지난 1986년에는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자사 반도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어 당시 영업이익의 80%가 넘는 8500만 달러를 챙겨갔다. 반도체 시장을 창출한 텍사스 인스투르먼트는 당시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수익을 챙겼던 셈이다. 삼성전자가 특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도 이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린터 사업에 진출할 때도 특허는 진입 장벽이 됐다. HP, 캐논, 렉스마크, 제록스 등 상위 업체들이 갖고 있는 잉크젯 관련 특허는 7000여건에 이른다. 이들 업체는 크로스 라이센싱으로 특허를 공유하는 특허 카르텔을 형성해 후발 업체의 관련 산업 진출을 막아왔다. 삼성전자가 현재 레이저 프린터를 주력으로 삼고 있는 이유는 상위 업체들이 갖고 있는 잉크젯 프린터 특허를 피해가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지난 2005년 삼성전자가 특허중시경영을 선언한 이유는 특허 때문에 들어가는 로열티가 어마어마했기 불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회사가 로열티로 지출한 비용이 1조원이 넘었다. 이는 200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이었다.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수익을 못 낼 때도 로열티를 줘야 하니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의 특허 관련 조직에는 300여명의 전문 인력이 있다. 매년 5~10%의 인력이 미국 현지에서 관련 법을 배우고 돌아온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등록 순위에서 국내 1위를 지속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IFI 페이턴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4914건의 특허를 출원해 IBM에 이어 2위의 자리에 올랐다. 2006년 이래 계속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특허 출원의 양적 증가도 좋지만 질적으로도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허의 질적 수준은 다른 특허에서 인용된 횟수인 피인용비로 가늠할 수 있는데 삼성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나오는 국제 특허 가운데 피인용되는 비율이 미국과 일본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한다는 내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허에 대한 연구원들의 인식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4만여명의 삼성전자 석박사급 연구 인력들이 특허에 대한 인식과 지식을 머릿 속에 넣어두지 않는다면 특허중시경영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NPE 들의 어설픈 특허 소송에는 이해득식을 따져보고 될 수 있다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허 소송 비용은 1년에 1000만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로열티로 요구한 100만불, 200만불을 곧이 곧대로 주는 것보다는 다소간 비용이 들더라도 ‘쉽게 돈을 뜯어갈 수 없는 기업’이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중시경영이 결실을 맺더라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들 NPE처럼 특허로 수익을 거두겠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고위 관계자는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지 특허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안 된다”며“특허 경쟁력은 곧 제품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으로 전사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0/11/19 14:55 2010/11/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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